박근혜측 "총리 한 뒤 대통령된 사람?"…

'박근혜 총리설'이 또 나왔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화합' 목소리가 높을 때, 인사 교체 때 마다 나오는 '단골메뉴'다. 이번엔 여당 원내대표가 던졌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29일 라디오에 출연해 "총리도 개각 대상이 된다면 보다 정치력있고 국민 통합에 도움되는 사람이면 좋겠다"면서 박 전 대표를 거론했다.

'박근혜 총리설'이 끊이지 않고 제기되는 이유는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두 사람의 물리적 화합을 이룰 가장 좋은 카드라는 점 때문인데 공교롭게도 '박근혜 총리설'이 나올 때 마다 양 진영 감정의 골은 더 깊어졌다.

개각을 두고 여의도에선 각종 설이 난무하고 있는데 이번에도 '박근혜 총리설'이 어김없이 등장한 것이다. 문제는 이 좋은 카드를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어떻게 받아들일 지 여부다.

박 전 대표 측은 또 '박근혜 총리' 카드가 등장하는 데 대해 내심 불쾌하다. 그러면서도 다시 이 문제를 두고 고민이다.구심점을 잃어 여러 계파로 찢어진 친이계와는 달리 친박계는 여전히 단일대오를 형성하고 있지만 친박계 역시 강·온파로 나뉜다.

이들은 박 전 대표의 국정참여를 두고 온도차가 있는데 온건그룹은 '박근혜 총리설'을 두고 이전과 다른 기류를 보이고 있다. 강경그룹은 현 시점에서 박 전 대표의 국정참여에 부정적이다.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것"이란 기존 입장에서 달라진 게 없고 '박근혜 총리설'에 대해서도 손사래친다. 영남의 친박 재선 의원은 '박근혜 총리설'을 묻자 "총리하고 나서 대통령 된 사람 봤어요?"라고 되물었다.

그러나 온건그룹으로 분류되는 영남 한 재선 의원은 "우리도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이 의원은 "이 대통령이 진정성을 보여만 준다면 '박근혜 총리'는 가장 좋은 카드라고 우리도 생각한다"면서도 "문제는 두 사람간의 신뢰회복인데…"라며 아쉬워했다. 이 의원이 '박근혜 총리설'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박 전 대표가 국민에게 '가장 유력한 차기 대통령'이란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선 국정수업이 필요하다는 데 있다. 야당 대표라는 커리어만으로는 '확실한 대통령감'이란 이미지를 심어주기에 부족하다는 것이다.

30일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지난주 내내 안병훈 전 경선캠프 선거대책위원장, 최병렬 한나라당 상임고문을 비롯해 자문 교수단과 측근 의원을 두루 만났고 이들에게 "오늘은 주로 들으러 왔다"며 나아갈 길을 물었다고 한다. 한 측근은 "박 전 대표가 지금 상황을 답답해하고 곤혹스러워하는 것 같더라"고 말했고, 다른 측근도 "박 전 대표가 자신에게 쏠린 시선에 적잖이 곤혹스러워 하고 당장 어떤 태도를 표시하지 않겠지만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뜻을 펼지 서서히 정리해 갈 것"이라고 했다. 박 전 대표도 자신의 행보에 적잖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