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말 게이트 수사 도중 벌어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발칵 뒤집혔던 검찰이 21일 공석 중인 검찰총장에 천성관 서울중앙지검장(51·사시 22회)이 파격적으로 발탁되면서 다시 크게 술렁이고 있다.  관계자들은 특히 이날 인사의 키워드가 '검찰 쇄신'인 것으로 알려지자 "또 다른 쇄신 카드가 더 있는 것 아니냐"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전임 임채진 총장보다 사법시험 횟수가 3회나 아래인 천 내정자의 발탁으로 검찰은 고위 간부들의 무더기 퇴진 등 대대적인 '인사 후폭풍'에 휘말리게 됐다.

    청와대발(發) 인사 쇼크… 어안이 벙벙한 검찰

    대다수 검찰 관계자들은 총장 내정을 앞두고 청와대가 '쇄신'보다는 '안정' 카드를 택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때문에 임 전 총장(사시 19회)의 1년 후배인 권재진(사시 20회·TK) 서울고검장을 차기 후보 0순위로 꼽았고 문성우(사시 21회·호남) 대검 차장을 대안 카드로 주로 거론했다.

    하지만 휴일 오후 전혀 예상치 못한 천 내정자 기용 소식이 알려지자 검사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일선 지검의 한 검사장은 "한마디로 쇼크"라며 "청와대가 검찰 쇄신을 한다는데, 인사 쇄신뿐만 아니라 중수부 폐지 등 조직과 수사시스템도 대대적인 개편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수도권 지검의 한 중견 간부도 "최소한 지난 정권에서 승진한 고검장급 이상 간부들은 다 나가라는 것인데, 한마디로 청와대가 검찰 대수술을 예고한 것"이라며 "이런 방식이 검찰과 국가시스템에 과연 도움이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사상 최대 물갈이 인사 목전에

    이번 총장 내정으로 검찰 관계자들은 199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박순용(사시 8회) 검찰총장을 4기수를 건너뛰어 발탁하면서 검사장 이상 13명이 무더기로 옷을 벗었던 일이나 2003년 노 전 대통령이 '서열 파괴' 인사를 단행하면서 검사장 이상 14명이 퇴진했을 때보다 더 큰 규모의 물갈이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는 현직 고검장급에 천 내정자의 사법시험 선배 기수인 사시 20회와 21회가 무려 7명이나 포진해 있는 데다 천 내정자는 현직에 있는 사시 22회 동기생 5명 중 나이가 어린 축에 속하기 때문이다. 서울지검의 한 간부는 "천 내정자를 발탁한 것을 보면 동기생 중 일부를 빼고는 나가라는 얘기 같다"며 "인사 핵폭풍이 불가피해졌다"고 했다.

    천 내정자의 선배 기수와 동기생 대부분이 퇴진할 경우 고검장 승진 대상이 사시 24회나 25회까지 내려가면서 고검장 승진에서 탈락한 사람들 중 일부까지 옷을 벗을 가능성이 크다. 대검의 한 중견 간부는 "다음 달 중순쯤이 될 후속 인사를 전후로 총장 아래 현직 고검장·검사장급 53명 중 최대 3분의 1가량이 옷을 벗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렇게 될 경우 일선 지검의 차장급 등 검찰의 허리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40대 중·후반의 중견 간부들이 검사장으로 대거 승진하면서 세대 교체가 이뤄지게 된다.

    하지만 검찰 일각에선 박연차 게이트 수사로 인한 여진(餘震)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조직에 지나친 충격이 가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에서 천 내정자의 동기생들은 현직에 남아 있어야 한다는 반론도 내놓고 있다. 2005년 말 정상명 총장이 임명됐을 때도 동기생인 안대희·이종백·임승관 고검장 등이 현직에 남은 적이 있다. 대검의 한 간부는 "사시 21회나 22회 간부들이 대거 옷을 벗는 것이 좋게 보면 쇄신일 수 있지만 검찰 입장에선 한꺼번에 너무 많은 연륜과 경험을 잃어버리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연차 수사팀도 공중 분해될 듯

    결과적으로 이번 인사의 단초를 제공하게 된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담당했던 수사라인도 '인사 폭풍'을 피해가지는 못할 전망이다. 이미 수사의 총책임자였던 임채진 전 총장이 사퇴했고, 이인규 중수부장(검사장)도 지금의 자리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검찰 내부에선 그러나 이 사건으로 기소된 인사들의 재판을 위해 일부 수사팀은 대검에 남아 공소 유지를 담당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천성관 내정자는…

    ▲51·충남 논산▲경기고·서울대 법대▲사시 22회▲여주지청장▲대검 공안1과장▲대검 공안기획관▲수원·부산지검 2차장▲울산·서울남부·수원지검장▲서울중앙지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