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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준호 명지대 북한학과 초빙교수 ⓒ 뉴데일리
북한이 결국 핵과 장거리 미사일을 포기할 것인가? 미국의 북핵 해법 방식이 바뀌고 있다. 협상을 통해 당근을 주고 비핵화를 유도하던 지금까지의 방식을 지양하고 채찍을 통해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겠다는 것이다. 지난 16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정상은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보상하는 과거의 패턴을 반복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북한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폐기를 위해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북한에 유화적 입장을 보여 온 오바마 정부가 대북정책의 기조를 바꾸게 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북한의 잇단 도발 때문이다.
취임 후 얼마 되지 않아 특별대사를 두고 북한에 대화를 제의했으나 북한은 오히려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2차 핵실험을 감행하는 등 도발의 수위를 높여 갔다.
근본적 이유는 북한과 협상을 통해 당근을 주고 비핵화를 유도하려는 지금까지의 정책으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는 점이다. 90년대 초 1차 핵위기 때 당시 클린턴 행정부는 경수로 등을 지어주고 북한의 핵개발을 포기하도록 유도했으나 실패했고,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던 부시행정부도 초기의 강경방침에서 후퇴해 6자회담 틀을 이용해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했으나 북한은 겉으로는 협상을 하면서 속으로는 핵과 미사일 개발을 지속했다. 1차 핵실험 후에는 유엔안보리가 제재결의(1718호)를 했으나 북한이 2.13합의에 응하자 미국은 유야무야해 버렸다.
이번 채찍정책의 핵심은 미국이 국제사회의 도움을 얻어 안보리결의 1874호를 제대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번에 채택된 결의안은 1차 핵실험 후 채택된 결의안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강력하다. 1차 때 미온적이었던 중국도 이번결의안을 지지해 만장일치로 이결의안이 통과됐다. 결의안 핵심은 북한에 대한 무기금수와 금융제재다.
무기금수는 북한의 무기 수출을 해상 검색 등을 통해 차단하고 수입의 경우 권총 등 소형무기를 제외한 대량살상무기제조에 필요한 부품이나 재료뿐만 아니라 재래식 무기등도 막는 것으로 되어 있다.
미국은 이 조치에 따라 이미 남포항에서 출항한 북의 화물선 강남호를 인공위성을 통해 감시하며 이지스함을 파견해 추적중이다. 안보리 결의가 공해상에서의 강제검색은 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지만 기항지에서는 소속국이 검색할 수 있게 돼 있다.
미국이 이처럼 발 빠른 행동을 취한 것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결의를 보여줌과 동시에 회원국들이 적극 참여를 유도하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북한의 돈줄을 죄는 금용제재는 효과적으로 시행되기만 하면 북한에 심각한 타격이 된다. 2005년 9월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은행 북한계좌 동결사건은 북한이 금융제재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북한은 2500만 달러에 불과한 이 돈을 해제하기위해 필사적이었으며 결국 계좌동결은 6자회담 진전과 연계되면서 해제됐다.
미국 재무부는 압록강 개발은행 등 17개 은행의 ‘수상한 거래’에 대해 주의보를 내렸으며 마약밀매나 위조지폐 거래에 대한 차단작업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미국의 조치에 호응해 일본은 안보리 결의 준수는 물론 자체적으로 북한에 대한 수출을 전면금지했으며 EU도 정상회담에서 이례적으로 북한에 대한 제재조치의 조속한 시행을 다짐했다.
미국은 앞으로 북한이 대화에 나올 경우 회담방식도 기존의 6자회담틀이 아닌 다른 형태로 추진하기로 했다. 먼저 북한을 제외한 5자간 회담을 열어 합의를 도출하고 이를 토대로 북한이 선호하는 미-북간 협상을 하기로 했다. 이 회담방식에 중국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가 미지수이지만 5자가 북한에 대해 한목소리로 압력을 가한다면 북한은 그만큼 부담을 느낄 것이다.
미국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공격이 있을 경우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핵우산’은 물론 재래식 무기까지 제공해 저지하겠다는 ‘확장된 억지력’을 약속하고 한-미동맹을 기존의 군사동맹차원에서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한미동맹미래비전’을 채택한 것도 북한의 도발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경고다.
문제는 북한의 태도다. 북한이 안보리결의에 순순히 응할 가능성은 없다. 안보리결의를 ‘선전포고’로 간주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를 막겠다고 이미 밝혔다. 미국 제재에 강력 반발할 것이며 특히 남한에 대한 도발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번 채찍정책의 성패는 북한의 반발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제어하고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제재에 참여하느냐에 달려 있다.
또 하나 우려스러운 것은 미국이 내외환경이 바뀌면 과거의 협상패턴으로 복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럴 경우 우리만 외톨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정부는 한-미공조가 어느 때보다 단단하다는 것을 과시 할 것이 아니라 북한과의 대화는 힘을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지난 60년간의 교훈을 미국 조야에 주지시키는 데 온 외교력을 모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