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이 소말리아 난민 캠프에 지원하는 구호식량이 인근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WFP가 자체 조사를 진행중이라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 인터넷판이 15일 보도했다.

    소말리아에서 9억5천500만달러 규모의 난민 구호사업을 진행중인 WFP는 최근 수도 모가디슈의 한 시장에서 WFP 로고가 붙은 구호식량이 버젓이 거래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나오자 조사에 착수했다.

    영상에는 모가디슈의 한 시장에 있는 창고 10곳과 상점 15곳에서 "재판매 금지"라는 문구가 적혀 있고 유엔 도장이 찍힌 옥수수와 밀, 식용유 등 구호식량이 판매되는 모습이 담겼다.

    구호식량을 유통시키는 상인들은 영국 채널4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구호 식량을 WFP 직원들로부터 직접 구입하거나 그들이 고용한 사람들에게서 사온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그들은 WFP가 사용하는 창고들로 데려가 물건을 싣고가도록 한다. 물건은 늘 구입할 수 있고 원하는 만큼 구입할 수 있지만 한번에 500~1천 자루 이상은 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일부 상인들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난민 캠프를 서류상으로 꾸며 구호식량을 빼돌리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상인은 "WFP 사무실로 찾아가 난민 캠프 설립 신청서를 작성하면 된다"며 "구호식량을 지급받으면 일부는 나눠주고 나머지는 상인들과 계획에 동참한 WFP 직원들과 나눠 갖는다"고 말했다.

    매달 4만5천톤에 이르는 WFP 구호식량이 케냐에서 소말리아로 운송되고 있지만 지난달에만 11만7천여명이 수도 모가디슈를 떠나는 등 100만명 이상이 내전을 피해 고향을 떠나오면서 난민 캠프에서도 구호식량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유엔 관계자들에 따르면 내전과 10년만의 최악의 가뭄으로 기근에 맞먹는 열악한 상황에 처하면서 소말리아는 다르푸르와 함께 최악의 인도적 위기를 맞은 나라로 꼽히고 있다.

    WFP는 현재 전체 인구의 절반 가량에 해당하는 350만여명의 소말리아인들에게 식량을 지원하고 있으며 앞으로 6개월 간 8천400만달러의 예산 부족분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유엔 소말리아 구호 사업 코디네이터 마크 바우든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우려스럽다"며 WFP의 신속한 조사를 촉구했으나 WFP 소말리아 구호 담당자 피터 구센스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일부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