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8일 자신에 대한 조기사퇴 요구를 거부했다. 쇄신특위(위원장 원희룡)와 소장파 의원들의 사퇴요구 시한도 이날까지여서 여당은 이제 '쇄신'을 두고 대혼란 속으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박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조기 전당대회를 반대하진 않는다. 그러나 반대하는 것은 반쪽짜리 전당대회고 분열의 전당대회"라며 "화합의 전대가 아니고 반쪽난 전대를 국민 앞에 내놓고 '우리가 쇄신을 했다'고 얘기할 수 있겠느냐"고 쇄신파에 되물었다. 대안없이 현 상황에서 무조건 전당대회를 열 경우 계파간 갈등과 분열만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화합-후쇄신'을 주장하며 박 대표 나름의 '역할론'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쇄신의 본체야말로 대화합"이라며 "대화합을 위해 내 직을 걸겠다"고 말했다. 당장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박 대표는 "그렇게 긴 세월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며 "절대로 자리에 연연해 하겠다는 얄팍한 수가 아니다. 내게 부여된 시대적 소명과 당원들이 바라는 기대, 당에 대한 희망까지 모든 것을 걸고 나는 대화합의 험난한 길에 나서고자 한다"고 말했다.

    쇄신파는 이날 중 모임별, 계파별로 회동을 갖고 향후 행동계획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미 사퇴시한을 못박아 놓은 만큼 당장 이날 오후 또는 9일 오전부터 천막농성 등의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농후한 상황이다. 그러나 개별적인 입장표명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원희룡 쇄신특위 위원장은 회의 뒤 박 대표와 면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쇄신파 모두 원 위원장을 통해 박 대표의 진위를 파악한 뒤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다.

    쇄신특위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선동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원 위원장과 최종적으로 입장을 확인해야 한다"면서 말을 아꼈고 민본21의 김성식 의원도 통화에서 "오후에 민본21 미팅을 하기로했기 때문에 거기서 입장을 정리해 내겠다"며 개별 입장에 신중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앞서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만약 최고위원회가 오늘 쇄신과 화합의 요구에 깜깜절벽의 답을 내놓는다면 이제 행동으로 돌입할 수밖에 없다"면서 "현재 이러한 내부사정으로는 한 걸음도 나갈 수 없기에 정말 모든 것을 걸고 행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쇄신특위의 김성태 의원 역시 라디오에 나와 "지금 암초를 피해가지 못한 배에 구멍이 뚫린 상황을 해결해야 하는데 다른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선장을 두둔하는 것은 참으로 근시안적인 시각"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