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준호 명지대 북한학과 초빙교수 ⓒ 뉴데일리
    ▲ 도준호 명지대 북한학과 초빙교수 ⓒ 뉴데일리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이후 민주당 등 야당과 시민단체, 노동운동권, 일부 언론 등 좌파 세력들의 현 정부에 대한  비난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그중의 압권은 ‘정치적 타살’ 주장이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이명박 정권, 검찰, 보수언론이 합작해 만들어 낸 정치적 타살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먼저 이명박 정권이 그럴 능력이나 독기가 있었는지 따져보자. 보수층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이대통령은 집권 후 좌파들의 눈치 보기에 바빴다. 실용이란 이름하에 지금은 이념의 시대가 아니며, 심지어 자신은 보수가 아니라고까지 말했다. 작년 5월 시작된 촛불시위로 서울시청광장 등 도심이 수개월동안 ‘해방구’나 다름없는 불법시위로 얼룩졌을 때도 민주주의의 근간인 법치의 단호함을 보이기보다 그 자신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시청 앞의 촛불을 보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이런 인식을 가진 정권이 퇴임 후에도 좌파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의 ‘타살’에 참여했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그가 그런 독기가 있었다면 노 전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 총장부터 바꿨을 것이다.

    검찰에 대해서는 정치보복으로 표적수사를 했으며 그 결과 궁지에 몰린   노 전 대통령이 자살했다는 것이다. 물론 검찰수사가 미흡한 점이 있긴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너무 자의적이다. 표적수사란 일반적으로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있냐”라는 인식위에 특정한 사람을 표적으로 짜맞추기 수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과연 노 전 대통령의 혐의가 ‘먼지’에 불과한 것인가. 그의 혐의는 민주당 등 야당이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좌파들도 자괴감을 느낄 정도로 국민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재임 시 도덕성을 누구보다 강조한 그가 박연차회장의 돈 640만 달러를 마치 제 돈처럼 미국에 유학 간 자녀들의 학비와 집장만, 그리고 아들과 조카사위의 사업밑천으로 썼으며 그의 재임 시 총무비서관이었던 사람은 그의 퇴임 후를 대비해 10억 원이 훨씬 넘는 국민세금을 가로 챈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사실은 그의 주장처럼 당장에는 몰랐다고 해도 그가 책임을 벗 긴 어렵다.

    검찰수사가 처음엔 그의 형 노건평씨의 알선수재 등에 초점이 맞춰졌으며 그 와중에 그에 대한 수사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표적수사로 보기 어렵다. 

    설령 표적수사라 해도 어거지로 혐의를 짜 맞추는 것이 문제지 그렇지 않을 경우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공인의 몸가짐이 조심에 조심을 거듭해야 하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깨끗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또 보수언론의 지나친 보도로 그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들 언론뿐 아니라 좌파언론들도 그의 혐의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보도했으며 비판적 시각도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도 보수언론을 들먹이는 것은 이들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좌파세력 결집에 유리하기 때문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자살 전 행적이나 유언 어디에도 이들의 주장과 공감되는 부분은 없다. 그가 지난 4월22일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올린 홈피 글은 자신의 죽음을 예고하고 있다. “제가 알고 모르고를 떠나서 이미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자신의 명예도 도덕적 신뢰도 바닥났으며 이제 더 이상 저는 여러분이 추구하는 가치의 상징이 될 수 없습니다. 저는 이미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져 있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저를 버리셔야 합니다”라고 된 글은 그가 얼마나 절망에 빠져 있으며 지지자들에게 자기를 버리라고 한 것은 자기 자신을 버리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유언은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고 한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열정적인 사람이나 독선적인 사람은 자신이 믿는 가치가 허물어 질 때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망 후 예상 외의 애도 분위기가 조성되고 경제난에 지친 국민의 불만이 높아지자 갑자기 돌아서 민주주의를 들먹이며 ‘노무현 정신 잇기’를 외치고, 나아가 ‘타살’로 몰아가는 것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의 전형적인 예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그들이 할 일은  그의 죽음을 이상하게 몰아가 나라를 혼란으로 빠뜨릴 것이 아니라 이런 비극적 사건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는 데 앞장 서는 것일 것이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수뢰사건을 거치고도, 또다시 노 전대통령이 퇴임한 지 얼마 안돼 비리사건에 휩싸여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한 비극적 사건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그런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실을 왜곡해 그의 죽음을 ‘정치적 타살’로 몰아가는 것은 누워 있은 소가 웃을 일이며 고인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