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우외환(內憂外患) 속에서도 제주 한·아세안(ASEAN) 특별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지만, 귀경후 청와대의 마음은 편치 않다. 한나라당 쇄신특위가 2일 당 대표 사퇴와 조각 수준의 개각 등을 통한 국정 전면 쇄신을 촉구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발표를 건의하기로 한 데다 일부 친이계 의원들마저 이에 동참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여권 전체가 커다란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정국을 타고 '정권 책임론'을 내세워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이 대통령 사과와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고 정권 정체성을 흔들 수 있는 국정 운영 기조 변화를 주문했다.

    청와대는 이같은 정치적 대결 구도에 부정적 입장을 숨기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3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여론을 수렴하고 여론에 가장 민감한 당에서 쇄신 방안을 활발하게 논의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당이 원래 시끄러운 곳 아니냐"면서도 "지금은 내부 결속이 중요할 때"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여당 내 쇄신 요구와 관련해 "청와대에서는 그런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청와대의 부정적 기류는 최근 2차 핵실험 이후 북한 도발 위협이 가중되고 있으며 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정국이 어수선한 때 여권발 쇄신 요구가 국정 장악력에 악영향을 주지 않겠느냐는 시각에서 출발한다. 또 이들의 요구가 여당 쇄신을 넘어 정부 개각, 청와대 인적 개편 요구까지 닿아있다는 점에서 강한 거부감이 발생한다.

    특히 노 전 대통령 사망 이후 벌어진 각종 정치 공방에서 여당이 적절히 대응하기는커녕, 야당 주장에 편승하는 듯한 모습에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민주당에서 노 전 대통령 사망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노무현 선긋기'에 나서며 제일 먼저 비난했던 사람들이 누구였느냐"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일부 개각이나 인적 개편에 나서더라도 급박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섣부른 개편 논의는 자칫 여권 내분을 심화시키고 정국 주도권 상실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정치권 요구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개편에 나서는 모양새는 피해야한다는 지적이 많다.

    여권 지도부도 이같은 기류를 반영하고 있다. 박희태 대표가 특별한 언급없이 침묵을 지키는 가운데 장광근 신임 사무총장은 이날 "쇄신을 통해 당이 거듭나되 근본까지 무너뜨리는 쇄신은 맞지 않다"면서 "쇄신이 쇠멸로 변질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와 청와대 인적 개편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