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MBC 시사프로그램 '100분 토론'. ⓒ MBC '100분 토론' 홈페이지.  
    ▲ MBC 시사프로그램 '100분 토론'. ⓒ MBC '100분 토론' 홈페이지.  

    MBC ‘100분토론’(연출 이영배 김영주)이 시청자 의견을 상습적으로 조작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2일 미디어발전국민연합(공동대표 강길모, 이하 미발련)은 성명을 내고 “MBC 100분토론이 여러 차례에 걸쳐 시청자 게시글을 조작했다”고 밝혔다.

    MBC '100분토론'은 지난달 14일 '보수, 진보를 넘어 상생으로' 방송에 소개된 시청자 의견이 조작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21일 방송에서 공식 사과를 했다.

    사회자인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는 프로그램 초반에 “14일 방송된 시청자 게시글 중 서정애 씨의 경우 여러 개의 다소 긴 문장을 간단히 요약하는 과정에서 ‘좌파가 민주화에 기여한 바가 많았다’ 등 본인이 언급하지 않은 문장이나 표현이 삽입됐다”고 시인했다. 또 “조순행 씨 의견도 본인이 언급하지 않은 단어가 몇 군데 사용돼 왜곡됐다”고 인정했다.

    손 교수는 이어 “이번 일에 대해 책임 소재를 가리고 있다. 동일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서정애, 조순행 씨와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시청자 게시글 조작은 이전에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발련에 따르면 1월 23일 ‘용산참사 무엇이 문제인가?’ 편에서 제작진은 “더 얻기 위해서 농성하는 것이 아니다. 그거라도 얻어야 하는 절박함이다. 벼랑 끝에 있는 소수의 사람들을 배려하는 맘이 필요한 때이다”라는 김동진 씨의 의견을 소개했지만, 시청자 게시판에는 원본 글이 없다. 

    또 1월 8일 ‘방송법 어떻게 해야 하나’편에서 “미디어가 신문과 융합되고 인터넷이 여론을 주도하는 정보화 환경에 걸맞은 법안개정이 필요하다”는 정해용씨의 의견을 소개했지만 이 역시 게시판에서 찾을 수 없다.

    4월 17일 ‘PSI참여와 남북관계’ 편에서도 이종용 씨의 “대량살상무기 차단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남북경색만 초래해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PSI 전면참여로 인해 만약 국지전이 불거진다면 누가 책임지겠는가?”라는 의견을 소개했다. 하지만 이종용 씨가 쓴 원문은 “우리 국민이 진정 원하는 것은 평화이다. 평화로운 생활터전이다. PSI 전면적 참여는 그런 국민의 바람과는 거리가 있다. 국제도 좋지만 진정 국민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였다.

    미발련은 “이런 온건한 문장이 ‘대량살상무기 차단효과’, ‘남북경색’, ‘국지전’ 등등의 생경한 단어들로 조작됐다”며 “‘100분토론’ 제작진의 고의적 날조를 추측해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에 5월 28일 방송에서 시청자 글 소개를 맡은 배현진 아나운서는 “지난해 11월 20일부터 최근까지 시청자의견을 조사한 결과 10여 차례 시청자의견이 꼭 같지 않게 소개됐다”며 “한 사람의 여러 의견을 취합하거나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한 사람의 의견으로 수합해서 전한 경우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미발련은 이에 “거짓 해명이다. 수합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아니라 아예 없던 문장이 날조됐기 때문에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금껏 ‘100분토론’ 제작진이 조작, 날조한 내용의 절대 다수가 ‘100분토론’이 지향하는 정치세력의 의도와 정확히 일치하는 내용이라 의혹이 더 증폭된다”고 말했다.

    또 미발련은 “MBC의 시청자 의견 조작이 지난해 10월부터 였는지도 의문”이라며 “광우병 촛불 당시 이미 구성안 조작사례가 드러난 만큼 방통심의위가 최소한 6개월치 시청자 의견 조작 사례를 조사해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