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은 2일 한·아세안(ASEAN) 특별정상회의가 개최되고 있는 제주 서귀포 국제컨벤션센터(ICC)에 마련된 '녹색성장전시관'을 방문, 아세안 정상들에게 저탄소 녹색성장 비전을 직접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자국 대통령 선거 일정으로 미리 출국해야하는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위해 전날 함께 방문하는 등 아세안 국가들과 '그린 파트너십' 강화에 각별한 관심을 나타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정부 녹색성장 정책을 최대한 홍보, '녹색 비즈니스'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하고 풍부한 자원을 가진 아세안 국가들과 녹색협력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세안 지도자들은 이 대통령을 '글로벌 그린 리더'로 인정했다. 유도요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녹색성장, 기후변화 대처 선구자(pioneer)"라고 이 대통령을 칭했으며,  아피싯 웨차치와 태국 총리는 "이 대통령이 '동아시아 기후 연합' 같은 저탄소 녹색성장 협력 관련 프로그램을 제안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수린 피추완 아세안 사무총장은 "이 대통령이 녹색성장 화두를 던져 아세안 각국 환경친화적 발전 필요성이 제기된 데 감사한다"면서 "아세안도 정부 차원 의지를 갖고 녹색성장에 대한 전 국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 한·아세안(ASEAN) 특별정상회의 참석차 제주를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2일
    ▲ 한·아세안(ASEAN) 특별정상회의 참석차 제주를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2일 "'동아시아 기후 파트너십'을 통해 아세안 등 동아시아국가들에 대해 2억 달러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회의에 앞서 '녹색성장전시관'을 둘러보는 이 대통령과 아세안 정상들. ⓒ 뉴데일리

    이날 녹색 넥타이 차림으로 등장한 이 대통령은 전시관 입장에 앞서 수린 사무총장에게 넥타이를 가리키며 "이것이 녹색성장(Green Groth)"라고 인사했다. 수린 사무총장이 웃으며 "나는 녹색 넥타이가 없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선물해 주겠다"고 화답, 녹색 협력 분위기를 조성했다.

    한·아세안 정상들은 전시관 입구에 마련된 11개의 대형 LED 화면을 주시하며 녹색성장 비전 설명을 청취했다. 화면에는 각 정상 얼굴과 소개, 환영 인사말이 각국 언어로 지나가면서 아세안 정상들을 환영한다는 의미를 전달했다. LED 화면은 회전하며 4cm 초박형임을 과시해 아세안 정상들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약 3분간 이어진 동영상 시청 이후 이 대통령은 LED 화면을 가리키면서 "내 얼굴이 어디 있죠(Where is my face)"라고 농담해 정상들의 폭소가 터졌다. 이 대통령의 유머에 이어 정상들은 각기 영상과 관련한 한 두마디 대화를 나누며 본격적인 전시관 관람을 시작했다. 이 대통령과 함께 환담하며 전시관에 들어선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은 가장 앞줄에서 설명을 청취하며 깊은 관심을 표시했다.

    정상들은 드림파크, 태양광 에너지, 물 순환 시스템, 중소형 원자로, 바이오매스, 스마트 그리드, 풍력에너지, 수소연료전지 등 테마별로 꾸며진 코너를 돌며 약 20간 관람했다.

    이 대통령은 선두에서 이동하며 아세안 정상들이 녹색성장 정책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수시로 영어로 "가까이 오시라"며 앞자리로 안내하거나, 뒷편에 서있는 정상들에게는 가벼운 눈짓과 손짓으로 다가와서 설명을 듣도록 권유했다.

    추적형 태양광 시스템 설명 길어지자 "해바라기와 비슷" 압축해 직접 소개

    이 대통령은 관계자 설명 중간중간 간결한 멘트로 맥을 짚어 주거나 추가 설명을 부탁하는 등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추적형 태양광 시스템 설명을 들은 뒤에는 "해바라기와 비슷하죠(It's like sunflower)"라고 말해 이 시스템이 태양을 따라 움직이게 됨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우리나라가 최초 개발한 발전 및 해수 담수용 원자로 설명 이후에는 "도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최첨단 원자로"라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곧 "간편하고 무공해(Potrable, No Pollution)"라고 설명해 각 정상들이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원자력과 녹색성장의 연관성에 의구심을 품을 수 있다는 순간적인 판단에 따라 "원자력이 가장 클린 에너지"라는 간결한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특히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 코너에서는 참가국 정상을 포함해 수행원들도 자세한 설명을 듣도록 약간 비켜서며 자리를 양보했다.

    4대강 살리기 코너는 아세안 정상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취수와 정수, 막여과 기술(membrane), 가정 공급용 수도관 청소 로봇, 하수 재처리 과정 등 모든 물 순환시스템을 주의깊에 경청했으며 "재처리 과정을 거쳐 다시 4대 강으로 흘러나가는 물의 수질이 3ppm(2급수 수준)으로 4대 강은 출발 자체가 '클린(clean)'"이라는 설명에 감탄하는 정상들도 비쳤다.

    전날 다녀간 유도요노 대통령은 "너무 좋았다"면서 외교부를 통해 4대 강 살리기와 관련한 자세한 설명서를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유도요노 대통령에게 한·인도네시아 조림 양해각서(MOU)와 관련해 우드 펫렐 바이오매스에 대해 직접 상세한 설명을 했다는 후문이다. 유도요노 대통령은 대회 마지막까지 잔류하는 자국 장관들에게 "견학하고 보고하라"는 당부를 하고 떠났다.

    김상협 미래비전비서관은 "가장 깨끗한 물이 4대 강에 풍부하게 투입되는 굉장히 중요한 프로젝트"라며 "이 대통령은 단순한 물 뿐이 아니라 강따라 자전거길도 지나가고 문화시설도 나오고 한국 미래를 여는 굉장히 중요한 프로젝트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마지막 코너인 수소연료전지자동차를 지켜본 뒤 이 대통령은 "우리의 꿈(This is our dream)"이라고 말해 좌중의 웃음과 동의를 유도했다. 이같은 언급은 우리가 세계 최고 수준 수소연료전지차를 상용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대목으로 받아들여졌다.

    참관을 마친 뒤 이현룡 싱가포르 총리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광범위한 기술이 여기 총망라돼있다"면서 "아시아는 물론이고 전 지구가 기후변화 대응을 하는 이 때 아주 핵심적인 내용이 여기 압축 표현된 것을 보고 대단히 인상깊었다"고 평가했다.

    싱가포르 총리 "기후변화 대응 핵심 기술 총망라…대단히 인상 깊어"

    한·아세안 녹색협력은 공식 회의장에서도 강조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특별정상회의 제2세션에서 "'동아시아 기후 파트너십'을 통해 아세안 등 동아시아국가들에 2억 달러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아세안이 녹색사업으로 신성장동력을 창출해 경제성장과 기후변화 대응간 선순환을 이루어내도록 적극 지원해나갈 계획"이라며 "한국은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공동대응 방안의 하나로 '아시아산림협력기구' 창설을 제안하며 이에 대한 아세안 국가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한·아세안 CEO 서밋 기조연설에서 "한국과 아세안이 '윈윈(win-win)'할 수 있는 녹색성장 분야 협력 확대가 필요하다"면서 "한국과 아세안이 녹색성장 협력 파트너가 되기를 강력히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녹색성장과 함께 무역·투자, 문화·관광 분야를 한·아세안 3대 협력 방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서귀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