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주 최대의 도서전인 북 엑스포 아메리카(BEA)가 해묵은 숙제를 풀지 못한 채 31일 막을 내렸다.
    도대체 스페인어 출판 시장은 미국에서 언제 쯤이나 꽃을 피울 것인가.
    수천 수만의 서적상과 저자들이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이 연례 전시회에 올해에도 변함없이 몰려들었지만 이번에도 답을 얻지 못했다.
    전자책 시대가 예상대로 열린 반면 스페인어 출판시장이 잠잠한 이유에 대해 그 누구도 시원한 설명을 해주지 못하고있다.
    출판업계에서 스페인어 시장은 오래 전부터 미래의 황금 시장으로 기대돼왔다.
    2000년 BEA가 스페인어 출판에 초점을 맞췄을 때 만 해도 스페인어 시장은 약속의 땅이었다.
    미국에서 스페인어 사용인구는 적게 잡아도 4천500만명이다.
    그런데도 스페인어 서적의 판매는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해리 포터 시리즈나 다빈치 코드 같은 엄청난 대박을 터뜨린 책들의 번역본만 그저 수십만부씩 팔릴 뿐이다.
    사이먼 앤드 슈스터의 최고경영자인 캐럴린 레이디는 다른 책들은 1만부를 넘기면 운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한창 뜨기 시작한 전자 시장에서도 스페인어책은 사실상 전무한 편이라고한다.
    하퍼 콜린스 사는 최근 전사적인 구조조정 과정에서 스페인어 부문을 잘라냈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 브라이언 머레이는 경제가 호전될 때 까지 스페인어 부문은 쉬는 것으로 했다고 밝혔다.
    출판인들은 스페인어 출판 시장이 이처럼 기대와 달리 부진한 이유를 모르듯 그에 대한 해결책에도 자신이 없다.
    1990년대에 수백만 부가 팔리며 미국의 흑인출판시장 규모에 눈을 돌리게 한 계기가 된 테리 맥밀란의 소설 `웨이팅 투 엑셰일(Waiting to Exhale)' 같은 책이 나와야 될 것 같다는 정도의 이야기만 할 뿐이다.
    심지어 이들은 스페인어를 쓰는 이민자들이 스페인어로 된 책을 읽기보다는 영어를 배우는 데에 더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하고있다.
    랜덤하우스 사의 카를로스 아술라 부사장이 보는 견해는 조금 달랐다.
    그는 거의 모든 출판인들이 이 문제와 관련해 상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어 사용 인구는 어느 한 책으로 베스트셀러를 만들기에는 너무나 다양하고 널리 분포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는 스페인어 사용 이민자들이 어디에서 책을 사고 어떤 책을 읽으며 심지어 책을 읽어야 하는 지를 생각하고 그에 맞춰 적응해 나가는 데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5년이나 10년 정도로 해결될 일은 아니며 20년이나 25년은 걸릴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뉴욕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