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중은 서울에 온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하이얏트 호텔에서 만나 이렇게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통 크게 2005년 9.19 공동성명의 합의정신으로 돌아가겠다며 9.19 이행을 선언하면 북핵 문제는 해결된다."

    김대중은 지금 똥끝이 타있다. 김정일이 길길이 발악을 하고, 그 발악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이 별로 크게 동요하지 않으니까 그로서는 "야, 이것 봐라, 이러다간 내 '햇볕'이 정말 골로 가겠구나" 하고 충분히 걱정, 또 걱정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로서는 '김정일 살리기'에 물불 가리지 않고 나설 수밖에 없다. 김대중은 지푸라기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그가 클린턴을 만난 것, 그가 중국에 날아가 그곳 고관을 만난 것-이 모두는 그 자신의 자구책과 '김정일 살리기'를 위한 긴급행동이었을 것이다.

    그의 구상은 자명하다. 중국으로 하여금 끝까지 김정일을 봐주도록 역설하고, 중국이 미국에 대해 "우리가 김정일의 핵무장을 포기하도록 설득할 터이니 당신들은 김정일을 살려 주는 방향으로 나와 달라"고 설득하게 만들자는 것-그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김대중 특유의 삿된 잔꾀에 불과하다.

    중국은 우선 김정일의 핵-미사일 공갈을 싫어하기보다는 오히려 즐기고 있다. 그가 중국을 대신해서 미국을 막아주는 방패막이 노릇을 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은 국제사회에서는 김정일의 핵장난을 제어하는 척 하면서도 내심으로는 김정일의 일정한 존재가치를 좋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김대중의 대전제인 "중국이 김정일의 핵장난을 싫어할 것이다"라는 명제는 그 근본부터 잘못 된 설정이다. 바로 김대중식 3류 궤변이자 말장난인 셈이다.

    김대중의 잘못된 설정은 계속 이어진다. 그런 중국의 2중 플레이에 미국의 힐러리와 오바마가 잘하면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하는 그의 희망적인 설정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힐러리와 오바마는 김대중이 원하는 것처럼 그렇게 바보가 아니다. 그들은 아주, 적어도 김대중보다는 더, 똑똑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중국, 김정일, 김대중에게 호락호락 넘어갈 사람들이 아니다.

    이래서 김대중은 '밤새도록 생각한 꾀가 죽을 꾀'라는 식으로, 이번에도 또 실패할 것이다. 김대중은 4번 도전해서 대한민국 대통령까지 따먹었을 만큼 억세게 운이 좋은 사람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라고 해서 악운이 없으란 법은 없다. 김대중은 그 자신의 잔꾀로 인해 자신을 망치는 인간형의 전형이 될 수도 있다. 나는 그가 그렇게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했기 때문에.

    그러나 그가 스스로 정치적 도덕적 파산의 길을 가겠다고 한사코 고집하는 경우라면 누가 그것을 막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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