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임채진 경찰총장 ⓒ 연합뉴스
    임채진 경찰총장 ⓒ 연합뉴스

    임채진 검찰총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신병처리를 두고 결정을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임 총장이 검찰 안팎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이유로 일선 지검장들에게 전화를 걸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신병처리에 대한 의견 수렴을 묻는 동시에 자신의 입장도 우회적으로 피력하고 있는 것으로 일부 언론에 보도돼 임 총장의 입장이 이미 '불구속 기소로 기울었다'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임 총장은 지난 달 30일부터 직접 전국 일선 지검장들에게 전화를 걸어 "노 전 대통령 구속수사시 검찰 조직 내부가 분열되고 큰 일이 난다"고 설득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커지자 대검찰청 대변인실은 이례적으로 '노 전 대통령 신병 관련 보도에 대한 검찰 입장'이라는 성명을 내어 "검찰 내부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의견 개진을 마치 검찰 내부에 혼란과 분열이 있는 것으로 검찰을 희화화하려는 움직임에 거듭 우려를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일부 언론 보도에 불쾌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임 총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보은하려 한다는 의혹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임 총장은 2007년 11월 노 전 대통령 퇴임 석 달 전에 임명됐다.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임 총장의 거취를 두고 새 정권에서 검찰 총장을 뽑을 때까지 대검차장 직무대행체제로 가자고 했지만 노 전 대통령은 임 총장의 임명을 강행한 바 있다. 임명권자를 심판해야 하는 입장에 서게 된 임 총장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검찰 내부에서도 피의자 소환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수사팀 수장이 일선 간부에게 신병처리에 관한 문제를 논의했다는 점에서 임 총장이 의견수렴이라는 명목하에 자신의 결정을 합리화하려고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 '이미 방향 정하고 '어떠냐'고 묻는 식은 옳지 않아'

    임 총장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정치권에서도 비판은 쏟아지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신병처리는 법원이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언론 보도를 통해 임 총장의 행태에 대한 지적이 쏟아지고 있는 데 대해서는 동감을 표하면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 중이다.

    판사 출신인 자유선진당 이영애 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임 총장이 뭘 생각하는 지는 전혀 모르니까 보도만 갖고 성급히 뭐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전직 대통령이기에 때문에 불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해야 하는데 법에 따라 처리해야지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서 특혜를 줘야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선진당 이회창 총재도 6일 당 회의에서 "검찰은 사전준비를 충분히 했다고 발표했는데 지금에 와서 다른 사람을 더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그 결론을 미루고 있다"며 "이것은 사전준비가 미흡했거나 그렇지 않다면 눈치를 보느라 결정을 미루든가 둘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어느 경우든 검찰의 신뢰에는 크게 금이 가게 됐다"고 꼬집었다.

    이 총재는 "더구나 지금 검찰총장의 입을 통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불구속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그 이유가 검찰 내부의 박연차 관련자들 때문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이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검찰이 엄정하게 제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정치검찰이라는 말을 듣는다면 이것은 국가의 근본 기강이 흔들리는 중대한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속하게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이범관 의원도 이날 통화에서 "수사하는 사람들은 원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불구속이냐, 구속이냐는 죄질에 따라서 결론을 내야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 이 의원은 "오히려 대통령까지 한 사람이 이런 일을 저질렀는데 왜 죄질이 중하지 않겠느냐"며 "전직 대통령이라고 봐주면 고위공직자처벌법은 왜 있느냐"고 따져물었다.

    같은 당 성윤환 의원도 "대검찰청에서 해명자료를 내서 임 총장의 의견 수렴이 오보라고 해명했던데…총장이 의견을 구하는 것은 옳지만 본인이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당신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 '고 묻는식은  옳지 않다"고 꼬집었다. 성 의원은 이어 "내가 검사직을 관둘 때도 중요한 사건이나 국민적 관심이 있는 사건은 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어서 그 위원회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면서 "그런면에서는 임 총장의 방향은 맞으나 자기 생각을 피력하고 '어떠냐'고 묻는 식은 결코 옳지 않다"고 했다.

    한편,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의혹과 관련해 이르면 내일(7일)권양숙씨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