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는 서울입니다. 경제가 나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부동산 매매가 조금씩 늘고 있다는 보도들이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전반적인 분위기에 활기가 엿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텔레비전에서는 매일 노무현 전 대통령 비리 사건이 화면을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검찰의 조사가 이뤄지면 차차 세상에 그 진실이 밝혀지겠지만, 국민여론은 한결같이 안타깝고 수치스런 일이라고 개탄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기는 하나도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 떼지만 이를 믿는 사람들은 없어 보입니다. 노무현을 거의 광적으로 지지했던 노사모 조차 많은 회원들이 등을 돌렸답니다. 이번 사건은 전직 대통령 뿐아니라 그 부인, 아들, 형, 조카 모두가 연결된 것 같아 더욱 창피합니다. 왜 우리 역대 대통령들은 말년이 이처럼 수치스럽고 불명예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

    대한민국을 민주국가로 세운 이승만 대통령은 4.19 직후 하와이로 망명해 그 곳에서 쓸쓸히 서거했고, 대한민국 경제발전에 이바지 했던 박정희 대통령은 측근에 의해 암살당했습니다.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 두 분 다 감옥살이를 했고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그 아들들이 대신 감옥살이를 했습니다. 게다가 청렴결백을 내세우면서 국민의 마음을 울렸던 노무현 대통령마저 그 형이 감옥에 들어가 앉아 있고 이젠 부인, 사돈의 팔촌까지 얽혀있으니 정말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말년에 감옥을 들락날락했던 분들이 수두룩합니다. 일부는 학생운동, 민주화 운동 등의 이유로 감옥에 갔다 오기도 했지만 불법 선거자금, 사기 등으로 감옥에 갔다 온 분들도 많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비리 사건에 연루된 현직 의원들도 여러 명이 되어 보입니다. 그러나 한결같이 자기들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 뗍니다. 돈을 준 사람은 분명히 줬다고 밝혔는데 받은 사람은 전혀 모른다니 그 돈이 중간에서 어디로 사라졌는지 궁금합니다.

    의원들은 감옥에 들락날락했던 사실을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제가 잘 아는 의원은 검은 돈에 연루돼 3년 유죄판결을 받고 복역하던 중 노무현 대통령이 8.15 경축 특전으로 사면해 6개월 만에 석방됐습니다. 이 분을 만나 그간 얼마나 옥중에서 고생이 심했느냐고 물었더니 별로 힘들지 않았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러면서 3.1절에 사면되기로 되어 있었는데 여론이 조용해질 때까지 좀 기다리는 게 좋겠다고 해서 8.15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고 불평을 털어놓았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때 1백만 명을 사면 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일은 사면된 지 얼마 안 된 이 분이 내게 말하기를 곧 자기가 장관으로 발탁이 될 텐데 어떤 장관 자리가 좋은지 의견을 물었습니다. 나는 깜짝 놀랬습니다. 감옥에서 나온 분을 장관에 임명하는 것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나 불과 며칠 후 그 분은 실제로 장관에 임명됐습니다. 청문회 때 의원들이 펄펄 뛰면서 반대했지만, 노 대통령의 고집은 꺾지 못했습니다. 그런 청문회는 왜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미국의 제도는 의원이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감옥에 가면 그의 정치인생은 완전히 끝이 납니다. 우선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잃게 되고 앞으로 어떤 공직, 심지어는 시 의원이나 교육위원에도 출마할 수 없습니다. 본인은 물론 그 가족에게까지 불명예를 안겨줍니다. 그 뿐아니라 의회로부터의 모든 연금이 삭제되고 전직 국회의원이란 명칭도, 지위도 박탈됩니다. 다시 말하면 아주 폐인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법원 판결은 미국과는 너무 다릅니다. 대한민국 법원이 국회의원이나 장관들에 대해 사회 공헌을 이유로 형을 삭감하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았습니다. 미국의 법정에선 정반대입니다. 사회의 존경 받는 지도자들, 국민들이 믿고 선출한 이들에 대해 형을 삭감하기는커녕 최고형에다 괘씸죄로 몇 년을 가중해 가령 2년 형을 8년 형으로 언도하기가 십상입니다. 사회의 지도자에 대한 책임을 반영한 것입니다.

    대통령의 경우에는 더 심합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 중 단 한 사람도 돈을 먹고 법원에서 재판을 받은 역사가 없기 때문에 뭐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만일 미국의 대통령이 이런 수치스런 일을 범했다면 아마도 그 결과는 상상조차 어려운 비극으로 끝날 것입니다. 대통령의 비리는 대통령 개인의 비리가 아니며, 국민의 자존심을 땅에 떨어뜨리고 미국을 수치로 몰아 넣은 데 따른 대가는 참혹할 것이라 믿습니다.

    지금 미국 국회의원 2명이 8년 형을 받고 복역하고 있습니다. 둘 다 내가 의회에 있을 때 각별히 친했던 사람들입니다. 오하이오 출신 한 명(민주당).  캘리포니아 출신 한 명 (공화당)입니다. 이들 가족들의 생활이 무척 어렵다는 소식을 들었고 나도 무척 가슴이 아팠습니다. 한국에서 같으면 그까짓 별 하나에 다음 8.15 경축 때 사면될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면 더욱 안타깝고, 그동안 미국사회에 이바지한 공로를 참작한다면 8년까지 받지는 않았을 걸 하는 불쌍한 생각도 듭니다. 이들은 대통령 사면은 상상조차 할 수도 없고 병이 극도로 심각해지기 전엔 병 보석으로 집에서 묵을 수 있는 특혜도 다 박탈 당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례만을 엄격히 다루자는 건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앞으로 대통령과 그 가족들, 그리고 측근들이 돈을 먹는 이런 국제사회의 수치를 다시는 대한민국에서는 볼 수 없도록 뿌리를 뽑아야 합니다. 사회의 공로를 들추기 보다는 국가의 위신을 추락시키고 서민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지도층의 비리를 이번 기회에 엄중하게 다루자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