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공재 영화감독 겸 PD ⓒ 뉴데일리
    ▲ 최공재 영화감독 겸 PD ⓒ 뉴데일리

    “워낭소리가 독립영화의 희망이라구요? 암울할 뿐 입니다”

    최공재 PD는 29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워낭소리’의 고공 흥행 가도에 제동을 걸었다. 워낭소리가 독립영화로 200만이 넘는 관객을 모아 화제를 모았지만 영화의 수익 중 감독이나 제작자에게 돌아오는 비중은 적기 때문. 그는 독립영화가 상업적으로 성공하더라도 수익구조가 독립영화에 돌아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워낭소리’의 경우 원래 방송 다큐용으로 제작됐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자 고영재 PD의 지원을 받아 영화로 배급된 사례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독립영화라 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 그는 “자칫 ‘워낭소리’의 성공이 독립영화 성공의 표본이 될 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워낭소리’의 성공 이후 많은 관객들이 독립영화를 멀티플렉스에서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이건 어렵다"고 그는 말했다. 이미 CGV 등 멀티플렉스에서 독립영화를 상영해 봤지만 홍보비가 없어 실패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강한섭, 이하 영진위)에서 독립영화 제작 지원보다 배급쪽에 더 지원을 해 많은 독립영화가 관객들과 만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립영화는 성격상 지원이 없어도 만들어질 수 있지만 배급은 지원 없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독립영화 전용관이 한 곳 있지만 이곳마저도 별다른 홍보 없이 상영만 하고 있어 독립영화의 창구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 ▲ ⓒ 뉴데일리
    ▲ ⓒ 뉴데일리

    그는 “독립영화 전용관도 정부 예산을 받지만 소극적인 영화 상영에만 그치고 있다”고 지적하고 “독립 영화 전용관이 여러 개 생기면 수익성을 평가해 예산을 끊거나 증액하는 등 정부 지원을 받는 영화관이 독립영화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정부는 ‘다양성 영화 활성화 지원’을 통해 올해 독립영화전용관 29개를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80개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것도 서울 시내 주요 극장이 아닌 변두리 극장이나 관객이 많이 찾지 않는 멀티플렉스의 한 관을 사용하는 것이라 흥행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그는 또 독립영화에서 성공하면 상업영화로 가고, 상업영화에서 실패하면 독립영화로 오는 것에 대해서도 경계했다. “상업영화로 한 번 갔으면 그 곳에서 끝장을 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외국의 경우 독립영화가 다양한 소재, 기법 등으로 상업영화에 창의적 상상력을 불어 넣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의 경우 그러한 구분 없이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를 오가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독립영화 발전을 위해 독립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배급, 마케팅이 한독협 하나로 고정돼 있는 상황에서 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영화는 한정돼 있다”며 “독립영화가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고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 정부는 발을 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밝혔다.

  • ▲ 영화 '도살자' 포스터 ⓒ 뉴데일리
    ▲ 영화 '도살자' 포스터 ⓒ 뉴데일리

    그는 장편 독립영화 ‘도살자’라는 공포영화를 만들었지만 배급, 마케팅 지원을 받지 못해 직접 발로 뛰고 홍보를 다녀 미국에 판권이 팔려 올 7월 북미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해외에서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그는 “한국에서도 이런 영화가 나오느냐”는 반응을 들을 때 가장 낯뜨겁다고 했다. “이 정도의 영화는 평범한 수준에 불과한데 외국에서 이런 반응이 나온다는 건 그만큼 한국영화가 획일적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독립영화라 판권이 팔리지 않았지만 미국에서 개봉 후 반응이 좋으면 다시 국내로 수입되는 걸 기대하고 있다. '도살자'의 경우 제작, 배급 지원 없이도 해외에 판권이 팔린 좋은 사례다. 하지만 아직 독립영화가 제작 이후 상영되기까지는 많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는 "정부가 독립영화가 자생할 수 있도록 기본적 인프라 제공 하고, 시스템이 안정될 때까지 최소한의 배급 지원을 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주장했다.

     독립영화의 잇따른 성공으로 독립영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앞으로 독립영화가 장기적으로 갈 수 있는 시스템이 얼마나 구축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공재 PD는 다양성 영화 감독 겸 프로듀서이다. 다양성 영화 제작집단 '화인촌 사람들' 촌장으로 있다.(그는 '독립영화' 보다는 다양한 영화를 꾀한다는 의미에서 '다양성 영화'라는 표현을 써줄 것을 요청했다)

    앞으로 뉴데일리를 통해 권력화된 영화 집단에 대한 문제제시, 다양성 영화가 해결해야 할 한국영화의 문제점 등에 대한 칼럼을 연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