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전 대통령은 30일 '포괄적 뇌물' 수수 혐의로 대검찰청에 소환됐다. 오전 8시경 경남 김해 봉하마을 사저 앞에서 "국민 여러분께 면목없다"며 사죄하고 떠난 뒤 약 5시간 20분이 지난 오후 1시 19분께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도착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소환은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전직 대통령으로서 세번째이며, 14년만에 벌어진 일이다.

  • ▲ 노무현 전 대통령이 30일 '포괄적 뇌물' 조사를 받기 위해 계란세례를 받은 버스에서 내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들어서고 있다. ⓒ 뉴데일리
    ▲ 노무현 전 대통령이 30일 '포괄적 뇌물' 조사를 받기 위해 계란세례를 받은 버스에서 내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들어서고 있다. ⓒ 뉴데일리

    봉하마을에서 서울 대검까지 노 전 대통령의 소환길은 철통 보안속에 진행됐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문제와 경호상 안전이 최우선 고려됐다. 검·경은 당초 헬기나 KTX편으로 이동을 제안했지만 노 전 대통령 측이 거부하면서 대형 버스를 이용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 측은 이동 시간을 이용해 문재인 변호사 등 측근 인사들과 마지막 방어 전략을 논의하는데 버스가 가장 용이하다는 판단에서 버스를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시간 단축과 버스 이동이 주는 시각적 효과 때문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노무현, 5시간 20분 버스 이동 후 대검 출두 "면목없다"

    4개의 고속도로를 갈아타면서 총 374㎞를 달린 끝에 대검찰청에 도착한 노 전 대통령은 담담한 표정이었다. 식사는 버스안에서 김밥으로 해결했다.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노 전 대통령은 "면목없다" "다음에 합시다" 등 짤막한 말만 던진 채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노 전 대통령은 서울까지 오는 도중 경부고속도로 입장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지만 차량에서 내리진 않았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을 상대로 600만달러 수수 의혹과 관련한 수사를 시작했다. 검찰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6월 29일 청와대에서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통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100만달러, 또 2008년 2월 22일 박 회장으로부터 조카사위 연철호 씨의 홍콩 계좌를 통해 500만달러 등을 '포괄적 뇌물'로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또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2005년∼2007년 7월 6차례에 걸쳐 대통령 특수활동비 12억5000만원을 빼돌리는 과정에 노 전 대통령이 연루돼 있는지도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MB, 현장 비상경제대책회의 시작으로 '빽빽한' 경제 행보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빽빽한 일정을 소화했다. 이 대통령은 오전 7시 40분 청와대를 출발, 여의도 금융감독원 빌딩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가진 데 이어 금융민원센터를 방문했다. 사채때문에 고통을 받고 찾아온 한 민원인과 직접 상담하며 해결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부당한 이자에 대해 채무액을 조정해야 한다. 법적 절차를 밟도록 해라"고 지시하는 한편, 민원인에게는 "나중에 내가 전화해서 해결이 됐는지 꼭 확인해보겠다"고 약속했다. 민원인은 "대통령을 뵈니 로또가 된 것 같다"며 눈물을 훔쳤다.

  • ▲ 이명박 대통령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가진 뒤 금융민원센터를 찾아 사채로 고통받고 있는 서민과 직접 상담했다. ⓒ 뉴데일리<=청와대 제공> 
    ▲ 이명박 대통령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가진 뒤 금융민원센터를 찾아 사채로 고통받고 있는 서민과 직접 상담했다. ⓒ 뉴데일리<=청와대 제공> 

    오전 10시가 넘어 청와대로 돌아온 이 대통령은 곧이어 근로자의 날을 하루 앞두고 노동계 관계자, 노사협력 우수 사업장 노사 대표를 초청한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각국 정상들에게 대한민국이 세계 경제위기를 어느 나라보다도 먼저 극복하게 되면 이는 노사민정 대타협 등 한국만이 가질 수 있는 특수한 문화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해줬다"면서 "세계 지도자들 깜짝 놀라더라. 이미 진행형이라는 것을 긴 시간 걸쳐 이야기했고 세계 모든 나라들이 이점을 주목하고 있다"며 참석자들을 격려했다. 이 대통령은 "국정목표의 가장 우선, 그리고 처음과 끝이 바로 일자리 만들기"라며 협력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오후 3시 여의도 63빌딩에서 개최된 '여성이 그린 세상, G-Korea 결의대회'에 참석했다. 'G-Korea'는 녹색성장을 국민적 실천운동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여성계가 자발적으로 나서 마련한 행사다. 이 대통령은 "여성이 소비자 주권을 실현한다면 녹색기술 기업과 친환경 제품을 살리는 친환경, 고효율, 저에너지 산업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서 "대한민국 산업의 틀과 생활문화를 바꾸는 일에 여성이 앞장서 달라"고 역설했다.

    청와대, 공식 언급 자제…"경제살리기, 민생챙기기 중단없는 행보"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과 관련해 청와대는 이날 하루 극도로 말을 아꼈다. 이동관 대변인은 오전 브리핑에서 "청와대 공식 반응은 없다"며 일찌감치 말문을 닫았다. 한 관계자는 "이번 사안에 대해 말조심 하는 분위기고 실제 할 말도 없다"고 전했다. 청와대 참모진은 평시와 같이 업무에 매진하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모는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때 이 대통령은 '북한은 로켓을 쏘지만 우리는 나무를 심는다'고 말한 바 있다. 이것이 이 대통령의 일관된 국정철학"이라고 말했다. 그는 "좌고우면하거나 흔들리지 않고 한걸음 한걸음 선진일류국가 향한 초석을 나무를 심는 심정으로 놓아가겠다는 것이며 오늘 이 대통령의 일정도 그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일각에서는 일정이 많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경제살리기와 민생챙기기를 위한 중단없는 행보를 계속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