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7일 워싱턴의 수단대사관 앞에서 수단 정부의 인권탄압을 비난하는 시위를 벌이다 폴리스 라인을 넘은 존 루이스 민주 당 하원의원(왼쪽)이 현장에서 경찰에 수갑이 채워져 연행되고 있다.ⓒAFP연합뉴스
    ▲ 27일 워싱턴의 수단대사관 앞에서 수단 정부의 인권탄압을 비난하는 시위를 벌이다 폴리스 라인을 넘은 존 루이스 민주 당 하원의원(왼쪽)이 현장에서 경찰에 수갑이 채워져 연행되고 있다.ⓒAFP연합뉴스

    27일 오전 미 연방 하원의 존 루이스(Lewis) 민주당 원내 수석 부대표를 비롯한 의원 5명은 인권운동가들과 함께 워싱턴 DC의 수단 대사관 앞에서 수단 정부의 인권 탄압을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수단의 오마르 알-바시르(al-Bashir) 대통령이 16개 국제 구호단체들에 대해 추방 명령을 내린 것을 비난하며, "버락 오바마(Oba ma) 대통령을 비롯해 전 세계 지도자들이 수단 정부를 상대로 압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루이스 의원 등이 시위 도중에 집회 금지선(폴리스라인)을 넘어 수단 대사관 쪽으로 더 다가갔다. 그러자 즉각 경찰이 이는 '불법 행위'라며, 해산 명령을 내렸다. 의원들이 불응하자, 경찰관들은 별 망설임 없이 수갑을 꺼냈고 루이스 의원의 손을 허리 뒤로 모으게 한 후 수갑을 채워 경찰차에 태웠다. 짐 맥거번(McGovern), 도나 에드워즈(Ed wards), 키이스 엘리슨(Ellison), 린 울시(Woolsey) 의원과 3명의 민간단체 관계자도 수갑에 채워져 체포됐다. 경찰은 조사를 마치고 이들에게 100달러씩의 벌금을 물린 후, 오후 3시쯤 석방했다. 체포됐던 의원들 중 루이스 의원은 흑인 민권운동가 출신으로 민주당 하원 원내 서열 10위 안에 드는 여당 실세(實勢)다.

    하지만 경찰의 '특별 대접'은 없었다. 의원들도 경찰의 체포에 반항하지 않았다. 미국 미디어도 여당의 5명의 의원들이 수갑을 찬 채 '불법 집회' 혐의로 체포된 것을 주요 기사로 다루지 않았다.

    한국에서 국회의원들이 의사당에서 휘두르는 폭력이나, 불법 집회에 참석해 경찰에게 보이는 고압적인 행태와는 매우 대조적이었다. 그런데도 이런 상황이 미국에선 큰 뉴스거리도 안 된 배경에는 공권력 존중을 통해 질서를 유지하는 것에 대한 구성원들의 사회적 합의가 있다. 따라서 정해진 선(線)을 벗어나면 곧 위법이고, 강력한 공권력의 행사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경찰력 발동에 대해 미국인들도 때로는 '폭력적'이라고 사회 이슈화하기도 한다. 그러나 경찰의 공권력이 무너지는 순간, 사회적 혼란으로 인한 피해가 막대하다는 것을 안다. 워싱턴 DC의 백악관과 의회 주변에서 매일같이 집회가 열려도 도심(都心)은 평온을 유지하는 이유다. (이하원 조선일보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