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멕시코 수도권에서 돼지독감 공포 속에 2천만 시민의 일상생활이 현저하게 위축되고 있다. 일간지 레포르마는 수도권이 24일 하루 동안 '마비' 지경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멕시코시티 당국이 25일 오전을 기준으로 지난 24시간 동안 추가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확인함으로써 공식 사망자 수는 68명 선에 머무르고 있다.

    앙헬 코르도바 보건장관은 돼지독감이 진정됐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경고하고 최소한 10일간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돼지독감 패닉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우선 수도권 전역에서 교통량이 현저하게 감소하면서 만성적인 교통적체가 크게 해소됐으며 지하철, 거리 그리고 사무실에서는 푸른 색 마스크를 쓴 시민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보건 당국은 사람들 통행이 많은 도로, 지하철, 버스 등에서 마스크를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보건부와 교육부는 멕시코시티와 주변의 멕시코주의 3만개 각급 공공교육기관에 내렸던 24일 휴교령을 오는 28일 화요일까지 잠정적으로 연장한다고 밝히고 수업 재개는 상황을 보아가며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돼지독감으로 60여명이 사망하고 1천여명이 감염됐다고 보건 당국이 발표한 이후 553개의 각종 문화, 스포츠, 공연 등 행사가 연기 혹은 취소됐다.

    중남미에서 최대 공연장으로 꼽히는 아우디토리오 나시오날에서는 24일 밤 한 인기그룹의 공연이 취소된 데 이어 다른 그룹의 25일 공연도 연기됐다. 남부 트랄판 지역에서 열리던 오인칸 축제도 중단됐고, 매주 일요일 도심 간선도로를 막고 진행되던 자전거 타기 행사로 이번 주에는 취소됐다.

    멕시코 프로축구연맹(FMF)는 오는 26일 멕시코시티에서 치르기로 되어 있는 리그전 15차 2개 경기를 관중이 없는 가운데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연맹은 보건부 및 멕시코시티 당국과 협의한 결과 시민건강을 고려하려 관중없는 경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른 홈팀의 수입 손실은 6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멕시코시티 정부는 16개 구청에 술집,식당,무도장 등 많은 사람이 모이는 영업장에 대해 잠정적으로 영업 중지를 유도할 것을 지시했다. 이곳 언론은 25일 조간에서 마스크를 쓰고 춤을 추는 남녀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가톨릭계는 정상대로 주일미사를 드리겠다고 밝히고 신자들이 마스크를 쓰고 미사를 드리는 것도 가능하며 라디오와 TV 중계를 통한 미사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멕시코에서 치명적인 돼지독감이 발생하자 칠레,니카라과, 페루,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정부는 멕시코에 대한 여행을 자제할 것으로 당부하는 등 남미 국가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일선 보건당국자들이 지난 4월1일 부터 돼지독감의 발생 사실을 상부에 보고했으나 연방정부가 13일 최초로 '이상상황'을 확인했으나 제대로 대처하지 않다가 지난 22일에야 본격적으로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는 비판이 대두되고 있다.

    연방정부 차원에서 보통 있을 수 있는 독감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최소한 2주간의 늑장 대처로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은 국제기관으로 부터 23일 오후 통보를 받고서야 이번 돼지독감의 심각성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