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각국 정상들을 혹평했다는 언론 보도가 전해진 뒤 그의 신중치 못한 발언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어 파장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궁은 즉각 "일부 언론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하고 나섰으나 외국 언론의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이웃나라인 스페인의 반발 강도가 심하다. 이 때문에 오는 27일부터 이틀간 스페인을 국빈 방문해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총리와 회동하기로 돼 있는 사르코지 대통령은 더욱 난처한 입장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주 엘리제궁으로 여야 의원들을 초청해 회동한 자리에서 사파테로 총리에 대해 "똑똑하지 않다"라고 깎아내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간 ABC와 라 방구아르디아 등 스페인 언론들은 "사르코지가 사파테로에게 창피를 주었다"라고 1면 머리기사로 보도하면서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들 언론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이달 말 스페인 방문을 앞두고 있는 점을 거론하면서 "국빈방문을 준비하는 데 최선의 방책은 아닌 것 같다"라고 전했다.

    언론 외에 일부 정치인들도 사르코지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하고 있다. 야당인 국민당의 대변인인 에스테반 곤살레스 폰스는 "솔직히 말해 (사르코지 평가가) 사실이라고 해도 외국의 정상이 우리의 총리를 조롱하는 것이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사르코지는 당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 대해서는 "독일 경제가 위가에 빠졌다는 것을 인식하고 나서 나와 같은 편에 섰다"면서 "메르켈에게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에 대해서는 "경험이 많지 않고 우유부단하다"면서 "장관을 해본 적도 없고 대통령에 선출된 지 두 달밖에 안돼 의사결정이나 효율성이 기대 이상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날 엘리제궁 회동에 참석했던 의원들의 전언은 갈렸다고 프랑스 언론들이 전했다.

    중도파 상원의원인 장 아르튀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발언은 농담이었다면서 외국의 정상을 비판하는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전한 언론 보도는 그의 발언의 일부만 인용한 것이라고 전했다.

    제1야당인 사회당 소속의 디디에 미고 의원도 "사르코지 대통령은 사파테로 총리가 현명하지 못하다고 말한 적이 없다"면서 "그날 회동에서 누구를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녹색당 소속의 프랑수아 드 뤼기 의원은 "이런저런 평가들이 나왔는지 말하기는 곤란하다"면서도 "(사르코지가 외국 정상들을 깎아내렸다는) 기사에 잘못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07년 대선에서 사르코지 대통령과 맞붙었던 세골렌 루아얄 전 사회당의 대선후보는 스페인의 사파테로 총리에게 사르코지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고 르 피가로가 18일 전했다. (파리=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