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순방을 마감하면서 예정에 없이 이라크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7일 "이제 이라크인들이 스스로 국가와 주권에 대해 책임을 떠맡을 필요가 있다"고 밝혀 이라크 주둔 미군의 철수 방침을 재확인했다.

    백악관의 발표에 따르면 터키 방문을 마치고 전용기인 에어포스원 편으로 이날 오후 4시42분(현지시간) 바그다드에 도착한 오바마 대통령은 다국적군의 사령부가 위치한 알 파우 궁전의 홀에서 1천500여 사병과 군무원 등을 상대로 행한 연설에서 "이라크인들에게 (치안의 책임을) 이양할 시기가 됐다"면서 "앞으로 이라크인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미국이 이라크를 위해 해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주둔 미군은 이라크가 민주적 국가로 스스로 설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했으며, 이는 대단한 업적"이라면서 미군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이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철군이 이뤄질 향후 18개월간이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병력이 떠나지만 미국은 이라크의 확고한 동반자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누리 알-말라키 이라크 총리와 만나 이라크의 각 정파간 단합을 촉구하는 한편 2011년말까지 미군 병력을 완전히 철수키로 한 일정을 재확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현재 14만2천명인 이라크 주둔 미군을 2010년 8월까지 대부분의 철수시켜 잔여 병력을 3만5천∼5만명으로 줄이고 이마저도 2011년말까지 완전히 철수시키기로 한 바 있다.

    사담 후세인 정권 몰락 6주년을 앞두고 차량 폭탄 테러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오바마의 이번 이라크 방문은 대통령 취임 후 첫 방문이며, 앞서 대선후보와 상원의원 시절까지 합치면 3번째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라크 주둔 미군의 철수와 함께 아프가니스탄에 병력 증강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라크보다는 아프간을 먼저 방문할 것으로 예상돼 왔다.

    이에 대해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의 유럽순방 일정의 마지막 기착지인 터키에서 지리적으로 아프간보다 이라크가 더 가깝기 때문에 이라크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기브스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이라크 방문이 현지에 주둔한 미군들을 격려하고 이들의 노고를 위로하는데 역점을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