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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이 다시 조용해졌다. 지난해 말 세종증권 매각 비리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친형 건평씨가 구속되고, 본인도 고 남상국 대우건설 사장의 유족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되면서 약 2개월간 입닫은 뒤 두번째다.
노 전 대통령은 '봉하대군 구속'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떨어진 지난 2월부터 자신의 홈페이지와 친노사이트 '민주주의 2.0' 등을 통해 '온라인 정치 재개' 논란을 불러올 만큼 많은 주장을 펴왔다. 그러나 후원회장을 지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시점인 지난 19일 글을 올린 뒤 입을 닫은 채 '은둔 모드'로 돌아섰다.
노 전 대통령은 이 글에서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비난한 한 네티즌의 게시물을 추천하면서 "세상을 바꾸자는 꿈은 이루지 못했다. 사람의 생각을 바꾸고 선수를 키우는 것이 가장 훌륭한 싸움꾼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지지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친형을 비롯한 친노진영 핵심인사들이 줄줄이 구속되거나 검찰의 수사망에 포함된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25일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은 "노 전 대통령에게 제공된 돈이 수십억이라는 의혹이 보도되고 있다"며 "사실 여부에 대해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노 전 대통령은 측근들의 비리 의혹이 터지자 "요즘 내 측근이 참 많더라"며 자신 주변에 대한 수사에 불만을 드러냈으며, 앞서 10월에는 쌀 직불금 논란과 관련해 "사정기관들도 칼을 들고 나서기 시작했다. 나와 가까운 사람들을 샅샅이 뒤지고 다니고, 많은 사람들이 겁을 먹고 있는 눈치"라고 주장했었다.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3년 고 남상국 대우건설 사장으로부터 인사청탁과 함께 거액을 받은 뒤에도 건평씨를 옹호한 바 있다. 그는 "대우건설 사장처럼 좋은 학교 나오시고 크게 성공하신 분들이 시골에 있는 별 볼 일 없는 사람에게 가서 머리 조아리고 돈 주고 하는 그런 일 이제는 없었으면 좋겠다"며 남 전 사장을 조롱했고, 직후 남 전 사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일로 인해 노 전 대통령은 유족들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됐다.
집권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우리 집안에는 검은 돈을 받을 만한 위인도, 또 비리를 저지를 만한 인물도 없으니 여러분들은 안심해도 괜찮다"고 큰소리쳤지만 결국 '박연차 리스트'로 인해 건평씨가 친노인사들을 거느린 '검은 돈'의 핵심창구로 밝혀지고 있다.
◆ 퇴임 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 사건 관련 주요 발언
- "형을 믿어야겠습니까, 언론 보도를 믿어야겠습니까" (2008년 11월 18일, 세종증권 매각 비리사건 관련 노건평씨 개입 의혹이 일자)
- "형님이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데 사과해버리면 형님의 피의사실을 인정해버리는…. 그런 서비스는 하기 어렵다" (12월 5일, 노건평씨 구속 이후 대국민사과 요구를 거부하며)
- "형님이 재판을 받고 있는 마당이니 국민들에게 오로지 송구스러울 따름…만사형통 하시라"(2009년 2월 13일,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의 회동에서 건평씨 검찰 수사에 불만을 드러냈다는 언론 보도에 해명)
- 3월 '박연차 리스트'에 대한 검찰의 본격 수사 이후 침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