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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의도 정가에서는 민주당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한나라당 이재오 전 최고위원 등 두 거물 정치인의 귀국을 둘러싸고 격랑이 일고 있다.
이들의 정치적 위상을 감안해볼 때 두 사람의 귀국은 현재 여야 각 당의 권력지형을 뒤바꿔놓을 수 있는 폭발력있는 `변수'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귀국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돼있는 것도 이 같은 연유에서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사이에는 `오버-랩'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우선 지난해 4.9 총선에서 정 전 장관은 서울 동작을에서 한나라당이 대항마로 내세운 정몽준 후보에게, 이 전 최고위원은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에게 각각 쓴잔을 마셨다.
이후 두 사람은 비슷한 시기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미국행에 몸을 실었다. 명목은 연수 형식이었지만, 실제로는 당내 역학구도에 따른 원치 않은 출국이었다.
정 전 장관은 대선에서 530만표 차로 패배한 데다 사활을 걸었던 총선에서도 탈락했고, 이 전 최고위원도 `공천 배후설'에 이어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의 갈등을 겪으면서 이들의 출국은 이미 어느정도 예고돼있었던 것.
하지만 이들의 미국행이 사면.복권을 필요로 하는 `정치적 유배'가 아니라는 점에서 두 사람의 행보는 늘 뉴스의 초점이 됐다.
실제로 정 전 장관은 민주당 창당의 주역이자 당내 계파 수장으로서 지분을 갖고 있으며, 이 전 최고위원도 이명박 정권 창출의 일등공신으로 당내 최대 계파를 이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치적 휴지기'를 가지면서 미국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여온 두 사람은 올초부터 귀국 시기를 긴밀히 타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의도 정가에서도 두 사람의 귀국 시기를 놓고 4월 재보선을 앞둔 시점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했다.
정 전 장관은 지난 2월 초 미국 듀크대에서 중국 칭화(淸華)대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변경하면서 정계복귀의 타이밍을 저울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13일 당 주류측의 강력한 견제에도 불구하고 "물고기가 물속에 사는 것처럼 정치는 현장에서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4.29 재보선에 출마할 뜻을 분명히 밝혔다.
지난해 말부터 입각설이 나돌았던 이 전 최고위원도 지난 2월19일 베이징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계획했던 대로 귀국할 것"이라며 `3월 귀국'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두 사람의 귀국 행보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 전 장관이 `재보선 출마'라는 전격 선언을 통해 당내 파장을 몰고 왔다면 이 전 최고위원은 `극비 귀국'을 추진하고 있는 것.
정 전 장관은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전주 덕진을 재보선 출마지로 선택하면서 당 지도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정 전 장관의 이 같은 출마 방침에 대해 정세균 대표는 `선당후사(先黨後私)'를 내세우며 공천 배제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이 전 최고위원은 "현실정치와는 당분간 거리를 두겠다"면서 자신의 귀국 시점을 극비에 붙인 채 `로-키 행보'로 일관하고 있다. 이는 자신의 귀국을 `전쟁 선포'로 여기고 있는 친박(친 박근혜) 진영의 반발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두 사람의 귀국으로 향후 여야 각 당의 역학구도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여야 각 당 모두 정 전 장관과 이 전 최고위원의 귀국으로 당내 권력구도에 변화가 올 것이 확실시된다"면서 "본격적인 `정치의 계절'이 도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