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의 '중산층 키우기 휴먼뉴딜' 발표 이후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 제이슨 보도프 해밀턴 프로젝트 담당국장은 "미국의 정책 방향과 한국에서 제안된 정책 방향이 상당 부분 일치한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보도프 국장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미래기획위 회의에 참석, "미국도 중산층 대책에 역점을 두고 있다"면서 정부의 휴먼뉴딜에 대해 "시의적절한 출발"이라고 평가했다.

    우리의 휴먼뉴딜과 비슷하다는 '해밀턴 프로젝트'는 로버트 루빈 전 미국 재무부장관, 로저 알트만 전 재무차관, 피터 올스잭 전 백악관 경제특보 등 민주당 계열 지식인들이 참여해 지난 2006년 발표한 종합적인 경제.사회정책 구상이다. 이 프로젝트는 △ 모든 계층을 위한 동반성장이 보다 강하고 지속가능하다(Broad-based economic growth is stronger and more sustainable) △ 복지와 성장은 상호 상승작용을 통해 강화된다(Economic security and economic growth can be mutually reinforcing) △ 할 일을 하는 효과적인 정부가 경제성장을 촉진한다(Effecitive government can enhance economic growth) 등 세가지 기본 철학을 담고 있다. 또 ▲ 인적자원 투자(교육과 근로) ▲ 혁신과 인프라 ▲ 미래불안 해소(저축과 보험) ▲ 정부역할 제고 등 4대 정책과제가 제시됐다.

    보도프 국장은 미래기획위 회의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최근 미국에서도 경제성장세, 부의 축적이 최상위층에만 집중되고 그에 따른 임금의 전반적인 상승세는 둔화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결과 미국에서는 경제의 불평등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그래서 해밀턴 프로젝트는 부의 분배를 공평하게 가져가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휴먼뉴딜과 해밀턴 프로젝트가 갖는 공통점을 설명하면서 "특히 인적자원 개발을 위한 교육에 대한 중점, 그리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투자대비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는 영유아 교육에 대한 정책 초점이 맞춰있다는데 특히 놀랐다"고 말했다.

    보도프 국장은 "해밀턴 프로젝트와 휴먼뉴딜의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는 경제성장과 경제적 안정이 동반, 수반돼야한다는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경제성장과 안정이 서로 상충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경제적 안정이 보장돼야만 위험을 감수하고 좀 더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고, 결국 경제성장과 이어진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의 중산층 정책과 해밀턴 프로젝트이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 프로젝트가 첫 발표된 2006년 당시 노무현 정권에서 '동반성장전략'과 비슷하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노무현 청와대는 이 점에 주목, 정책홍보에 활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 정권의 동반성장전략은 양극화 해소 방안으로 표현됐지만 "2:8 편가르기 정책" "성장을 무시한 분배 중심 전략" 이라는 비판이 계속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24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동반성장전략과 해밀턴 프로젝트가 정책적 유사성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며 동반성장전략도 기본 취지가 나빴던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양극화 논쟁 속에서 정치적으로 이용하게 됐으며, 사회문제의 주범을 기득권층으로 몰아세운 면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정권이 분배논리에 집착해 사회를 2:8로 나누고 저소득층 지원에 관심을 보였다면, 휴먼뉴딜은 중산층이 우리 사회의 '백본(backbone, 중추)'으로 보고 이를 점진적으로 강화하자는 게 목표"라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그는 특히 "급격한 경제환경 변화 속에서 중산층이 흔들린다는 것이 세계적 경향"이라고 진단한 뒤 "어느 정권이라도 중산층은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또 진보성향으로 알려진 브루킹스 연구소와 우리 정책이 공통점을 갖게된 인연에 대해 "브루킹스 연구소가 중도 진보성향이라면 우리 정부는 중도 보수가 아니냐"면서 "중도에서 만나게 된 것"이라고 표현했다.

    한편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내놓은 중산층 대책도 해밀턴 프로젝트에 기반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행정부는 '강한 중산층, 강한 미국(Strong Middle Class, Strong America)'라는 슬로건 아래 국민의 95%를 중산층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중산층 근로가정에 대한 태스크포스(White House Task Force on Middle Class Working Families)'를 구성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중산층과 관련한 구체적 정책방향으로 고용 창출, 근로가정 세제지원, 의료보험의 확대, 교육정책, 주택소유자 지원 등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 녹색 일자리, 고용 창출 기업에 세제 혜택 ▲ 중산층에 대한 감세 정책 ▲ 실질보험 혜택 연장 ▲ 대학진학 기회확대 ▲ 조기 교육 강화 등 세부 정책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