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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정세균 대표의 얼굴은 굳어있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의 회동 계획을 묻는 대목에서다.
정 대표는 23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 전 장관과 만난다던데 어떤 얘기를 나눌 것이냐'는 질문에 "만나고 나서 말씀 드리겠다"고 짧게 답했다. 목소리는 단호했고 얼굴은 굳어 있었다. 옆에서 듣고 있던 한 당직자조차도 "정 대표가 단칼에 단호하게 답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화합형에 온건형 정치인으로 평가받는 정 대표가 정 전 장관의 문제에는 침묵 또는 짧은 발언으로만 답하고 있는 것. 그동안 정 대표 측근들은 정 전 장관에 대해 부정적 발언을 했지만 정 대표 본인은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전날(22일) 정 전 장관의 귀국으로 민주당 내홍사태가 중대국면을 맞게됐다. 정 전 장관은 공항 입국 직후 "모든 상황이 거꾸로 가고 있다. 여기에 맞서 안간힘을 쓰고 있는 민주세력 집결체인 민주당을 돕기 위해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와의 갈등에 대해서 정 전 장관은 "오자마자 저녁식사 모시고 싶다고 제안했지만 정 대표 사정으로 못만났다"고 말했다. 이어 정 전 장관은 지난 총선에 출마했던 서울 동작으로 가는 차 안에서 정 대표에게 전화해 24일 저녁 만나기로 합의했다.
정 전 장관의 복귀를 두고 당내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 대표는 아침회의에서도 '단결'을 강조했다. 정 대표는 22일 한국 대표팀이 베네수엘라와의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시합에서 대승한 것을 거론한 뒤 "내가 보기엔 단결의 힘"이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의 복귀선언으로 당 체제가 흔들리는 모양새를 보이자 "선당후사" "사분오열해서는 안되고 당에 힘을 보태야 한다"고 강조해왔던 것을 다시 상기시킨 것이다.
그러나 정 대표는 모두 발언에서 정 전 장관의 귀국이나 공천여부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지금껏 정 전 장관의 문제에 대해 '단결'과 '통합'이라는 원론적 기준만 강조하고 있는 정 대표다. 회의에 참석한 다른 최고위원들도 이날 석상에서 공식적으로 정 전 장관의 귀국을 언급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