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는 18일 불필(不必)스님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함께 했다. 불필스님은 지난 1993년 열반한 성철스님의 딸로 외부 노출을 거의 하지 않은 채 수행에 전념해온 인물이다. 속세 나이로 72세이며 성철스님이 출가 후 직접 지어준 법명 '불필'은 '필요없는 딸'이란 의미로 전해진다.

    10대 후반에 출가한 불필스님은 지난 1961년 3월 경남 양산 통도사에서 정식 비구니계를 받은 뒤 경북 문경 대승사 묘적암, 경남 합천 해인사 국일암, 지리산 도솔암 등을 두루 돌아다니며 수행했고 현재 해인사 금강굴에 머물고 있다. 

    김 여사는 지난 2006년 가을 이 대통령이 평소 존경해오던 성철스님 생가를 찾은 적이 있지만 당시 불필스님이 '안거(安居)'에 들어간 이유로 만나지 못했다. 청와대측은 "불필스님이 과거에 김 여사가 직접 다녀갔지만 만나지도 못한 사실을 알고 있어 쉽게 외부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지만 이번 초청에 응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불필스님을 맞은 김 여사는 "먼길 와 주셔서 감사하다"며 인사했고, 불필스님은 "지난번에 다녀가셨는데 뵙지도 못해 이번에 오게 됐다"고 화답했다. 불필스님과 동행한 인사들은 "원래 노출을 전혀 안하며 일년에 한번 정도 서울에 오신다"며 이날 만남에 의미를 더했다.

    불필스님은 세종대왕이 북한산 진관사에 집현전 학사들을 위한 독서당을 세우고 성삼문 신숙주 박팽년 등 선비들과 친히 주석하며 한글창제 작업을 진두지휘했다는 사실을 거론하면서 "이 대통령께서도 영원히 국민 속에 남는 훌륭한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다"고 덕담했다. 김 여사는 "이 대통령도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하려고 생각하고 있다"며 "다할 수는 없지만 (선진 대한민국 건설을 위한) 밑거름을 만들어놓고 가려고 하는 겁니다"라고 답했다. 불필스님은 김 여사에게 "앞으로 더 깊은 관심과 사랑으로 불교를 포함한 모든 종교를 아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굉장히 귀한 만남"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변인은 "불필스님은 일절 외부에 나타나거나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분인데 지난번 김 여사의 방문에 대한 답례이기도 하지만 나라가 어려운 만큼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는 게 좋겠다는 뜻에서 어려운 걸음을 하셨다고 한다"고 말했다.

    상춘재에서 열린 이날 회동에는 진관사 주지 계호스님이 배석했으며 오찬 테이블에는 녹두죽과 모듬전, 버섯볶음, 비빔밥, 송이차 등이 올랐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김 여사는 불필스님에게 다기세트를, 불필스님은 솔차를 각각 선물로 교환하며 마음을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