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정치개혁', 특히 '정당개혁'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달 정 최고위원을 비롯한 최고위원 5명과 안경률 사무총장을 포함한 6명이 국정혁신 과제를 분야별로 나눠 맡았는데 이때 정치개혁 부분은 박근혜계인 허태열 최고위원이 총괄하기로 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명박 정부 핵심 정책인 '저탄소 녹색성장'을 뒷받침 할 '아름다운 국토가꾸기 특위'를 맡았다. 그러나 정 최고위원은 '정당개혁'에 더 관심이 쏠려있는 모습이다. 지난 1월 14일 당 최고위원과 중진의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상향식 공천제' 도입을 요구했고 "국민에게 국회의원 선택권을 주기 위해 '프라이머리 제도'(국민경선방식)를 도입하는 것이 정치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했다. 2월(16일)에는 정두언 의원이 주최한 정당개혁 관련 토론회에도 참석했다.

    그런 그가 18일 당 공식회의에 다시 정당개혁을 화제로 올렸다. 한달 간격으로 '정당개혁'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라서 정 최고위원의 이런 움직임에 당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요즘 정치개혁에 관한 논의가 많다"고 운을 뗐다. 곧바로 "국회는 두 차례 입법전쟁을 겪으며 정당 하수인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있고, 당론정치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지적이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당의 의원모임에서도 정치개혁방안의 하나로 의사표현에 대한 자유권 보장을 제시했다고 하는데 국회법 114조를 보면 국회의원은 국민 대표자로 소속 정당에 귀속되지 않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법안이나 의원입법안에 대해 가급적 당론투표가 아닌 자유투표를 요구한 것인데 이렇게 되면 당 지도부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축소될 수 있다.

    정 최고위원은 또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제에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중앙당에서 공천하는 공천제는 의회민주주의와 지방자치의 원칙과 취지에 어긋난다"면서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하지만 기초의원들이 제기하는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요구했다. 이 경우 역시 당 대표의 영향력이 위축될 수 있다.

    당 대표가 공천권을 갖고 있진 않지만 당이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을 공천하는 지금의 제도 하에서 당 대표는 자신의 당내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차기 대선을 준비 중인 정 최고위원의 은 경쟁자인 박근혜 전 대표에 비해 당내 세력이 취약하다. 그래서 그의 '상향식 공천제' 도입 요구나 법안에 대한 의원 자유투표 주장 등 '정치·정당개혁' 목소리는 당 안팎의 관심을 끌고있다. 당 관계자도 "당내 세력이 약한 정 최고위원이 기존 세력의 힘을 위축시키는 방법으로는 이게 가장 좋다"고 했다. 차기 대권 경쟁자인 박 전 대표에 대한 견제인 동시에 기존의 당 틀을 깨고 자신의 입지를 구축할 수 있는 최선책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정 최고위원 주장에 남경필 의원도 "정치 국회 정당개혁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국회개혁의 가장 중심은 상임위 중심의 국회 운영이고, 정당개혁은 공천제에 대한 개혁이 핵심이 아닌가 싶다"고 말한 뒤 "당에서 많은 노력을 해야할 것"이라고 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