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명의 라이벌 한국과 일본 야구가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세번째 정면 대결을 펼치게 됐다.
    대한해협을 사이에 둔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끼리 자존심을 걸고 이른바 `야구전쟁'을 치르게 됐지만 결전을 하루 앞둔 양팀 사령탑의 표정은 사뭇 대조를 이뤄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

    16일(이하 한국시간) 강적 쿠바에 완승을 거둔 `사무라이 재팬'의 하라 다쓰노리 일본 감독은 현지 시간으로 밤 늦게 열린 한국-멕시코 경기에 전력분석요원을 대거 투입해 면밀하게 경기를 분석했다.
    그리곤 일본 대표팀은 17일 오전 10시부터 2라운드가 열리는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에서 1시간30분 가량 공식 훈련을 가졌다.

    이날 훈련에는 일본이 선발투수로 예상하고 있는 봉중근을 비롯한 한국 선수들에 대한 이미지트레이닝도 포함됐을 것이다.

    반면 한국 대표팀은 경기가 없는 이날 훈련도 하지 않고 선수들에게 자유시간을 줬다.

    김성한 수석코치는 "어제 밤 늦게 경기를 마쳐 선수들이 피곤한 상태다. 이럴 때는 훈련보다 쉬는게 보약"이라고 말했다.

    김인식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도 오전까지 달콤한 늦잠으로 피로를 푼 뒤 낮 12시께 숙소에서 20여분 가량 떨어진 한국식당으로 아침 겸 점심식사 나들이를 나갔다.

    한국과 일본 양팀은 지난 10일 애리조나 캠프 첫날부터 행보가 달랐다.

    9일 저녁 아시아라운드를 마치자 마자 밤 비행기로 미국에 건너왔던 한국은 다음 날 시차 적응을 위해 훈련없이 하루를 쉬었지만 한국보다 30분 늦게 비행기에 탑승한 일본은 숨돌릴 틈 없이 곧장 훈련에 들어갔다.

    현재로선 어느 쪽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 없다.

    캠프 기간 한국은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LA 다저스와 평가전에서 연패를 당했지만 김인식 감독은 "지금은 잘던지고 잘치는 것보다 선수들의 몸이 안정되는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일본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시카고 컵스와 평가전에서 실전 못지않은 진지한 태도로 연승을 거뒀다.

    양팀의 판이한 훈련 스타일은 문화적인 차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무슨 일이든 완벽하고도 철저한 준비를 하지 않으면 비난이 쏟아지는 일본 국민과 과정보다는 결과에서 승패를 결정짓는 한국 사회의 차이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온 국민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김인식 감독은 "일본전에 대한 스트레스는 말도 못할 정도로 크다"고 지독하게 부담스러운 속내를 토로한 바 있다.

    하지만 두번의 올림픽과 두번의 WBC에서 한 수 아래로 여겼던 한국에 2승7패로 충격적인 열세에 빠져 있는 일본의 부담감이 더욱 큰 것 같다.

    일본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야구대표팀에 `사무라이 재팬'이라는 비장한 이름을 걸었다.

    "한국에 도전한다는 자세로 나서겠다"고 자존심마저 굽혔던 하라 감독은 아시아라운드 1차전에서 콜드게임승을 거두고도 "이번 승리로 열등의식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그럼에도 일본은 도쿄돔 1-2위 결정전에서 주력투수들을 몽땅 쏟아붓고도 한국에 0-1로 허탈하게 봉쇄돼 다시 한번 상처를 입었다.

    끝없이 반복되는 `한.일 야구전쟁'의 최종 결말을 아무도 예측할 수는 없다.

    팬들의 관심은 더욱 고조되고, 코칭스태프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선수들은 투지를 불사르면서 영원히 이어지는 숙명만이 존재할 뿐이다. (샌디에이고=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