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안희정 최고위원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4.29 재선거 출마선언에 "편한 싸움은 다른 분에게 기회를 드려야 한다"며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 전 장관은 지난 13일 자신의 지역구였던 전주 덕진에 재도전 의사를 밝혔다. 정 전 장관의 4.29 재선거 출마가 당내 주류 대 비주류의 갈등으로 번진 민주당은 내홍을 겪고 있다.

     

    안 최고위원은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난 18대 총선 당시 민주당이 안 최고위원에게 공천을 주지 않은 점을 거론하자 "나는 심사 대상도 되지 못했고, 승복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과거 열린우리당 최대 계파 중 하나인 정동영(DY)계는 정 전 장관의 대선·총선 잇단 실패로 사실상 와해됐고 그 틈을 386그룹이 최고위원에 포진하며 민주당 내 세력으로 재등장했다. 안 최고위원 역시 친노 그룹이자 당내 386세력이다. 안 최고위원은 "자기 개인 의견과 다르다고 해서 늘 언제나 불복하고 판을 깨려고 한다면 그건 민주주의자의 태도는 아닐 것"이라면서도 "정 전 장관을 지칭한 말은 아니다"고 확전을 피했다.

     

    정 전 장관이 '물고기는 물에 살아야 되고 정치인은 정치 현장에 있어야 한다. 지금 한국 상황이 다들 어렵다고 하니까 이럴 때 가서 뭔가 힘을 보태야 한다'고 출마의 변을 내세운 데 대해 안 최고위원은 "이삿짐을 나르든 잔치를 치르든 그 행사를 주관하는 사람하고 서로 잘 소통을 해서 도움을 줘야지 도움을 준다고 갑자기 타작마당, 이삿짐 마당에 혼자서 왔다갔다하는 것은 (옳은 게)아니다"고 반박했다.

    안 최고위원은 '정 전 장관 무소속 출마 가능성'에 "너무 많이 나가는 가정"이라면서도 "한 개인의 출세와 야망 차원이기 때문에 민주주의 정당에서 있어선 안되는 일"이라고 반감을 드러냈다. 원내진출 계획을 묻자 안 최고위원은 "가장 어렵고 명분있는 싸움이 있다면 하겠지만 편한 싸움이라고 한다면 더 좋고 많은 기회를 다른 동지들께 드리고 싶다"고 답했다. 사회자가 '정 전 장관에게 하는 말 같다'고 하자 안 최고위원은 "그렇다"고 했다.

     

    같은 날 안 최고위원은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도 "정 전 장관 출마는 대선에서 패배한 후 정치 재기전으로 선거구도가 희석될 우려가 매우 높다"면서 "그런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안 최고위원은 "정 전 장관의 정치적 위치와 무게 때문에 논의가 이렇게 집중되고 있지만 한 개인의 문제로 집중돼 논의되는 것에는 반대한다"며 "계급장의 위치가 어떻든 정치적 위치가 어떠하든 당의 전략으로 당이 정해놓은 공천 규칙에 따라서 누구나 다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 개인의 정치적 재기와 부활의 문제라는 것은 나중에 따져도 된다"고도 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KBS 라디오에 나와 "나는 사실 죄인이다. 대선 패배의 뼈아픈 부담이 있고 국민 앞에 끝없는 송구함과 부채감이 있다"며 "내가 아무리 진심을 이야기해도 세상 사람들은 정치인의 얘기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진심이 아니라 욕심으로 보이지 않을까 하는 점이 내 마음에 부담이 됐다"고 주장했다. 정 전 장관의 재선거 출마선언에 전주 덕진 예비후보들은 성명을 내고 "민주당은 사당이 아니며 덕진구는 뻐꾸기 둥지가 아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