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일에 싸여 있던 탤런트 고(故) 장자연 씨의 자필 문건 일부가 13일 공개되면서 연예계가 안팎으로 충격에 휩싸였다. 

    사실 여부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공개된 내용에는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연예계 성상납, 술자리 접대 등의 비리가 언급돼 있어 놀라움을 안겨준다. 

    문서를 공개한 KBS '뉴스9'에 따르면 장자연은 소속사로부터 구타와 욕설에도 시달렸고, 끊임없이 술자리를 강요받아 정신과 치료까지 받은 것으로 돼있다. 

    그동안 연예계에서는 PD나 감독, 광고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신인 여자 연예인들의 술자리 접대와 성상납에 관한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계약관계를 공고히 하려고 매니저가 연예인들의 은밀한 사생활을 비디오로 촬영, 협박하는 사례는 종종 실제로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해 방송된 SBS TV '온에어'에서도 이러한 연예계의 비리를 구체적으로 언급해 관심을 모았다. 드라마에서는 신인 여배우가 성상납을 요구받아 자살에까지 이르고 톱 여배우도 광고주로부터 술자리 접대와 잠자리 요구를 받는 내용 등을 다뤘다.

    극중 작가가 "어느 여배우랑 감독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래"라는 소문을 옮기기도 했고, 결국에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기는 했지만 톱 여배우가 신인 시절 찍은 비디오가 유출됐다는 소문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당시 제작진은 "연예계를 다방면으로 취재해 내용에 녹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예가에서는 당시 방송 내용에 대해 "과거에 있었던 일을 극화한 것이지 현재는 그런 일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매니저들은 "술자리 접대나 성상납이 요즘 있을 수 있는 일이냐. 사생활을 담은 비디오 역시 과거 일부 몰지각한 매니저들이 저지르는 악행이었지 현재는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장자연이 남긴 문서는 지난달 말에 작성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는 "저는 나약하고 힘없는 신인 배우입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주민등록번호와 지장까지 남기며 문서 내용이 진실하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 

    또 장자연의 자살에 이어 그가 남긴 문서가 논란이 되면서 신인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증언들이 고개를 들기도 했다. 

    한 신인 배우는 "요즘에는 큰 기획사에서는 그런 일이 없는 것 같은데 여전히 군소 업체에서는 술자리 접대 등의 부당한 요구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꼭 접대가 아니더라도 여자 배우를 밤늦게 술자리에 불러내는 것 자체가 불쾌한 일일 수 있는데 '다 미래를 위한 투자'라며 강요하는 경우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또 한 톱 여배우는 "과거 소속사에서 상습적으로 욕설에 시달렸다. 인격을 모독하는 욕설에 너무나 많은 상처를 입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에서 여전히 부당한 일들이 벌어진다고 해도 이를 연예계 전체의 문제로 비화시키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 중견 매니저는 "지금껏 성상납에 대한 소문은 숱하게 들었지만 어느 것 하나 사실로 밝혀진 적이 없다. 그런 것을 봤을 때 근거없는 헛소문이 대부분"이라며 "분명한 것은 연예계가 날이 갈수록 산업화, 투명화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장자연 문서에 언급된 소속사의 전 대표 김모씨는 "문서의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거짓 문서 하나가 연예계 전체, 여배우 전체를 매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내가 18년간 매니저를 한 사람"이라며 "그 문서가 사실이라면 내가 지금껏 관리한 여배우들이 모두 성상납을 했어야하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