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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예상보다 규모가 작아진 4·29 국회의원 재선거가 정국의 흐름을 바꿀 메가톤급 선거로 뒤바뀌는 것은 전적으로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의 손에 달린 분위기다.
그가 출마할 경우 선거의 성격은 '이명박 정부 1년 평가'로 급변하게 될 공산이 크다. 그래서 그의 선택에 정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마침 박 대표는 11일 오찬 일정을 끝으로 주말까지 휴가를 계획했다. 지난해 7월 대표 취임 뒤 휴식을 취하지 못해 피로가 누적됐다는 게 박 대표 측의 설명이지만 당 안팎에선 자신의 4월 재선거 출마여부에 대한 고민 때문이란 분석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그의 출마를 두고 연일 상반된 내용의 언론 보도가 쏟아지고 주요 당직자가 언론 보도를 뒤집는 발언을 하는 등 '박 대표 출마여부'를 두고 여권이 큰 고민에 빠진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9일 한국일보에는 '박희태.이재오 발길따라… 한나라 웃거나 울거나'란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박 대표의 4월 재선거 출마여부와 이재오 전 의원의 귀국 후 행보에 당이 흔들린다는 내용인데 이 기사는 박 대표의 출마에 무게를 뒀다. 이 신문은 "10월 재선거 때 안전한 쪽(경남 양산 등)에서 기회를 본다는 생각은 거의 접었다"는 박 대표의 측근 주장을 근거로 박 대표가 "4월 인천 부평을 재선거 출마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여러 상황을 살펴보니 지레 겁먹을 필요가 없다는 진단이 나왔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라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또 박 대표가 출마를 고민 중인 인천 부평 을의 경우 GM대우차 문제를 비롯한 현안이 산적해 있어 여당 거물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이 신문은 그러면서 "박 대표의 마음이 출마쪽으로 기울었지만 여권은 야당의 후보 결정 과정 등을 지켜본 뒤 부평 을 공천을 확정, 발표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같은 날 오전 연합뉴스도 '여야 4·29 재보선 전략짜기'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박 대표 출마 관련 보도를 했는데 연합뉴스 역시 "10월까지 기다린다고 공천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어려운 선거에 출마해 이기는 것이 당에 보탬이 된다는 건의가 있는 것도 사실"이란 측근 발언을 인용 보도했다. 이 측근은 "이번에 나가야 한다는 분위기가 주변에 많지만, 대표는 아직 어떤 결심도 내리지 않았다"고 했다. 연합뉴스도 한국일보의 보도처럼 "부평 을의 경우 GM 대우 공장이 위채해 한나라당이 판세를 낙관할 지역은 아니지만, 대형 지역 현안사업이 많이 걸려있어 여당 대표가 출마할 경우 승산이 없지만은 않다는 것이 대체적 분석"이라고 전망했다. 박 대표의 출마에 무게를 둔 것이다.
그런데 하루 뒤인 10일 한겨레 신문은 단독보도라며 박 대표의 불출마가 유력하다고 기사를 썼다. 이 신문은 이명박계 한 의원과의 통화내용을 근거로 불출마가 유력하다 주장했는데 이 의원은 "부평을 선거에 박 대표가 출마하면, 야당은 이명박 심판론을 내걸며 전국적인 쟁점을 만들 것이며, 선거 결과에 따라 여당 지도부 전면 개편 등 파란이 예상된다"며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당과 정부의 안정이 중요한 만큼 가능하면 쟁점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한 핵심관계자 역시 "4·29 재보선에서 전주, 경주 등은 이미 지역특성에 따라 결과가 예견되는 곳이고, 진정한 승부처는 부평"이라며 "박 대표가 출마하려면 승산이 지금보다는 더 높아져야 한다"고 말해 그가 불출마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이런 언론보도 뒤 곧바로 안경률 사무총장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박 대표의 재선거 출마와 관련, "당이 이번 선거에 총력을 다해야 하는데, 필요하다면 당원들의 뜻을 모아 대표에게 출마를 건의해 보는 게 어떠냐고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표가 당 대표인 만큼 당원들의 뜻이 모아진다면 좀 힘들더라도 출마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공천심사위원장인 안 총장이 직접 박 대표의 출마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당 관계자는 박 대표의 출마는 "8-90년대 들어 원외 당 대표가 보궐선거에 나간 적이 없는 만큼 큰 이슈"라며 "당선이 되도 본전이고 떨어지면 전당대회를 새로해야 하는 등 당은 난리가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만큼 민감한 문제라 박 대표 본인은 물론 당으로서도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미 당에서 여론조사를 한 것으로 아는데 (현재는) 여론이 안좋게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 사회분위기와 경제상황이 안좋은데 (박 대표가 출마해 낙선할 경우) 대통령이나 청와대, 국민들이 용납하겠느냐"며 "당선이 확실하다면 나갈 수 있지만 자체 조사에서도 불확실한 상황이라면 모험을 할 수 있겠냐"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