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오 전 한나라당 의원이 3월말 귀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겐 '이명박 정부 탄생의 1등 공신'이란 평과 '당 분란의 원인제공자'란 꼬리표가 함께 따라 다닌다. 어떤 평이 맞는지를 떠나 그의 정치적 영향력은 여전히 크다. 귀국이 임박하자 당내 일부 의원들이 면담요청 해 이 전 의원은 "귀국 전에는 의원들을 만나지 않겠다"며 '면담 사절' 메시지까지 밝혀야 정도다.

    그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진수희 의원은 "귀국하더라도 '조용한 이재오', '재미없는 이재오'로 변신한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지만 이미 당 안팎에선 귀국 후 '이재오 역할론'을 두고 다양한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달 9일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정두언 의원이 이 대통령과 만난 뒤 중국 북경으로 그를 찾아갔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전 의원이 귀국 후 역할에 대한 메시지를 받은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그래서 이 전 의원의 '정치인 면담 사절' 메시지는 이런 여의도의 다양한 전망과 추측에 대한 정치적 부담 때문인 것으로 읽힌다. 귀국을 앞둔 이 전 의원이 행보에 더 신중함을 보이는 것은 그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가 '투사 이미지 탈피'이기 때문이란 게 당 안팎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당 관계자는 "투사 이미지부터 벗어야 정치재개가 더 수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의 귀국 움직임만으로도 박근혜 전 대표 진영에선 촉각을 곤두세운 상황이라 귀국 뒤에도 당 분란의 중심에 설 경우 '이명박 정부 탄생 1등 공신'이란 평보다는 '당 분란 원인 제공자'란 꼬리표가 더 부각될 수밖에 없다.  

    진 의원이 "'조용한 이재오', '재미없는 이재오'"란 표현을 쓴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전 의원의 당내 영향력이 커 '이재오 귀국'은 당을 긴장 속에 몰아넣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민주당의 한 의원은 한나라당의 모 의원에게 김재윤 의원 탄원서에 서명해줄 것을 부탁했다. 이때 한나라당 모 의원은 "그거야 해줄 수 있지"라며 긍정적 답변을 했다. 민주당 의원이 거듭 당부하자 웃으며 화답했다. 그러면서 "지난 번에 문국현 탄원서에 서명했다가 이재오 의원 쪽에 혼이 났다"고 농을 던졌다. 이 전 의원 측근들은 그가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다면 10월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데 이 의원의 농은 이 전 의원의 영향력과 이런 전망을 잘 대변해 준 에피소드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