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경민과 박혜진은 징계 불가피

    MBC뉴스데스크의 신경민 박혜진 앵커의 지난 언론노조 파업 당시의 멘트에 대해 방통심의위의 심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디어다음의 몇몇 회원들은 이들의 방통위 징계를 반대한다며 청원 서명을 받고 있다. 2월 28일 오후 3시 현재, 2만 1천명 가량이 서명에 동참하고 있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앵커의 징계를 반대하는 네티즌들과 논쟁할 생각은 없다. 단지 방통심의를 요청한 당사자로서 또한 같은 언론영역에 종사하는 신경민, 박혜진 앵커 스스로 성찰을 촉구하기 위해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중이다.

    몇몇 진보좌파 진영의 지인들은 필자에게 “당신은 빅뉴스에 마음껏 자신의 활동을 알리면서 신경민과 박혜진에게만 공정의 잣대를 들이대느냐” 비판을 한 바 있다. 이건 참으로 어이없는 넌센스이다.

    신경민과 박혜진이 필자와 같이 인터넷신문과 주간지를 발간하여 자신들의 활동과 생각을 홍보한다면 그에 대해 누가 뭐라 그러겠는가? 웹진 신경민 혹은 주간 박혜진이라는 매체를 만들어보라는 것이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현재 신경민과 박혜진은 국민의 재산인 MBC 간판 뉴스 프로그램의 앵커가 아닌 웹진 신경민 편집장과 주간 박혜진 대표로서 발언하고 행동하고 있는 셈이다.

    MBC는 방문진법을 통해 70%를 국민이 소유한 공영방송이다. 또한 공공의 재산인 공중파를 활용하여 방송법에 의해 규율된다. 지금 이들에게 적용되는 준칙은 방송심의규정 제9조
    ④항 ‘방송은 당해 사업자 또는 그 종사자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되는 사안에 대하여 일방의 주장을 전달함으로써 시청자를 오도하여서는 아니된다’와 ②항 '방송은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을 다룰 때에는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하여야 하고 관련 당사자의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하여야 한다'이다.

    아무런 근거없이 “KBS의 예능프로그램이 왜곡되었다” 주장한 신경민, 그리고 전문성도 없으면서 “공적 입법 사항에 대해 잘못되었고, 이 때문에 파업하라 나간다”는 멘트를 한 박혜진, 아무리 느슨한 잣대로 봐도, 이들에 대한 징계는 불가피하다. 신경민과 박혜진에 대한 징계를 반대한다면, 방문진법과 방송법, 그리고 방송심의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박혜진은 피해자, 신경민은 수혜자

    박혜진의 경우는 피해자라 보는 게 맞다. 거대 방송사에서 젊은 여성 아나운서는 피라미드 구조의 사실 상 최약자이다. 기라성 같은 기자 조직 내에 직종이 다른 여성 아나운서가 홀로 들어가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는가? 방송의 구조 상 박혜진의 멘트는 최소한 MBC보도본부 간부들, 더 나아가 MBC 경영진의 묵인 없이는 불가능하다.

    MBC는 최근 자사가 불리할 때마다, 젊은 여성 아나운서들을 길거리로 내보내 대국민 선전 선동을 일삼고 있다. 이번 파업에도 문지애 아나운서를 내보냈고, 진보좌파 매체들은 이들을 중심으로 선동 보도를 일삼고 있다.

    아무리 급해도 제발 이런 짓은 하지 말자. 아나운서는 직종 자체가 기자와 전혀 다르다. 조직으로 움직이는 기자와 달리 아나운서는 개별 프로그램에서 철저히 개인의 역량으로 승부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면 언제든지 프리랜서로 독립할 수도 있는 직종이다. 이런 아나운서 직종의 특성 상, 오히려 방송시장이 자율화되면 더 많은 기회를 갖게 된다. 왜 이들을 정치 선동투쟁의 최전방으로 내몰고 있는가?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라면 불특정 개인을 희생시켜야 된다는 낡은 사이비 좌익사상에 빠지지 않는 이상, 이런 행태를 지속 반복할 수는 없는 일이다. 싸울 때 싸우더라도 박혜진은 뉴스 진행을 열심히 하도록 내버려두라는 말이다.

    반면 신경민의 경우는 전혀 다르다. 신경민은 기자 출신으로서, 공공연히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벌써 수차례 정치적 멘트로 방통심의 요청에 올랐으면서도 일체의 반성과 성찰의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박혜진과 달리 신경민은 기자 조직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최문순 의원의 사례로 볼 때, 얼마든지 민주당을 통해 정계로도 나갈 수 있는 사람이다. 신경민 입장에서는 징계 몇 개 받더라도 그의 장래에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는다. 최근 신경민의 발언 수위는 오히려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는 2월 25일 멘트에서, “대법원은 몰아주기 배당한 서울 중앙 법원 조사에서 끝없이 친절했고요, 대교협이 의혹 받은 고려대 판정에서 망외(望外)의 친절을 베풀었습니다. 특히 국회 문광위원장 등은 기습 상정에서 누군가 위해 몸을 던지는 친절을 보였읍니다", "총맞은 것처럼 친절했던 배경이 궁금합니다."라며, 관계없는 사건들을 자의적으로 엮어 정치투쟁화시켰다.

    지금의 신경민의 발언 수위로 보건데 더 이상 국민을 대변하는 MBC 앵커로 남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어떻게 해서라도 더 큰 사고를 쳐, 마치 민주 언론인으로 포장해보겠다는 정치적 목적없이는 그의 발언에 대한 해석이 불가능하다.

    신경민이 출세가도를 달리고 싶다면 그렇게 하라는 것이다. 방통심의위의 징계가 그의 출세에 대해 도움이 된다 해도, 잘못되었다면 잘못되었다며 징계를 해야한다. 그러나 이 사태를 보도하는 MBC가 아닌 일반 민간 언론사의 기자들 만큼은 정확히 진실을 알아야 한다.

    웹진 신경민, 주간 박혜진은 시장에서 퇴출될 것

    일간지이든, 인터넷신문이든, 국민의 소유가 아니고 방송법의 규정을 받지 않는 민간 언론사의 기자들은 얼마든지 정치투쟁해도 된다. 그 대신 시장의 냉혹한 평가를 받아, 기자라면 퇴출될 각오해야 되며, 경영진이라면 노숙까지 할 각오가 되어있어야 한다. 그래서 필자는 경향신문이나 한겨레신문 기자들의 당파적 기사에 대해서 비판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

    그러나 MBC는 다르다. MBC 직원들이 민간 영역의 언론인들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 직위를 보장받는 이유는 MBC가 공공의 소유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MBC의 직원들은 극좌부터 극우까지 모든 국민들이 통합적으로 인정할 만한 공유지점을 찾아야 될 의무가 있다. 지금의 신경민을 비롯한 MBC 직원들은 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자신들의 밥그릇을 끝까지 챙기면서도, 정치적 목적까지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다 회사에 손해를 끼쳐도, 정치적 훈장 달고 정치권에 기어들어가겠다는 것이다. 대체 어느 나라 어느 언론사 직원들이 이토록 탐욕스럽고 뻔뻔할 수가 있다는 말인가?

    경쟁을 해도 혹은 싸우더라도 우리 좀 공정하게 하자. 신경민과 박혜진처럼 국민 소유방송의 자산을 이용해 정치를 하겠다면, 차라리 퇴직금을 받아서 웹진 신경민과 주간 박혜진을 만들어라. 그렇게 해서 시장에서 살아남게 된다면 귀찮게 방통심의위에 불려나갈 일도 없지 않은가?

    그러나 솔직히 지금의 신경민이나 박혜진의 멘트 수준으로 보면, 민간시장에 나왔을 때, 단 한달도 못 버티고 퇴출당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의 그 좋은 조건에서 방송하면서도 MBC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이 한자리에서 허덕이고 있지 않은가.

    MBC 직원들은 온실 속의 화초일 뿐, 민주투사 자격없다

    더구나 지금 MBC가 누리는 기득권은 수많은 영세 외주업체들의 피를 빨아먹으면서 유지되고 있다. 방송의 독점체제를 붕괴시켜야만, 밑에서 묵묵히 일하는 젊은 방송인들이 꿈을 열어갈 수 있다. 이런 구도를 은폐하고 국민의 돈으로 정치도박이나 일삼겠다는 신경민과 MBC 직원들이 최소한 양심이라도 있다면, 설사 미디어관계법에 반대하더라도 지금의 행태는 보이지 못할 것이다.

    MBC 직원들은 좋은 대학 나오고 토익점수 잘 받고, 학점 잘 받고, 상식 잘 외워서 철밥통 회사에서 입사한 것 이외에 언론발전에 기여한 바는 하나도 없다. 자신의 뜻을 살리기 위해 목숨 걸고 열악한 민간 언론사에서 활동하는 사람들과는 애초에 비교할 수도 없는 수준의 온실 속의 화초일 뿐이다. 지금 한겨레나 경향신문, 그리고 조선, 중앙, 동아일보 기자들조차도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 머리를 싸매야 될 판이다. 오직 MBC 직원들만 그런 치열한 언론 발전의 고민없이 정치게임이나 벌이고 있고, 그게 바로 사춘기 소년소녀들의 수준이라는 것이다.

    용기나 치열함으로 볼 때, 일간지는 물론 주간 타블로이드나 인터넷신문 기자들들 만큼도 안 된다. MBC 직원들은 민주투사도 아니고 실력을 갖춘 언론인들도 아니니까, 겸허히 국민의 뜻을 받들며 성실하게 직분에만 충실하라는 말이다.

    이런 MBC 직원들을 대표하는 신경민은 더 이상 개인적 욕심으로 방송권력을 악용, 국민을 선동하지 말고, 떳떳하게 물러나가서 민주당이나 진보신당으로 정치판으로 들어가라. 그것이 언론의 자유신장과 독립을 위해 신경민이 기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변희재 (주간 미디어워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