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은 23일 "6자회담이 이제까지 유용했고 앞으로도 유용하겠지만 문제해결은 하지 못했다"면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에서 '리셋버튼'을 누를 때"라고 주장했다.

    페리 전 장관은 이날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코리아 2009' 학술대회 제4세션에서 '한반도의 평화 실행방안'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말하고 "미국 새 정부는 북핵 관련 첫번째 조치로서 보즈워스 전 대사를 대북특사로 임명했으며 이는 리셋버튼을 누른 것으로, 적절한 조치"라고 말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방장관을 지내고 1998년 대북정책조정관으로도 활동했던 페리 전 장관은 이어 "내가 당면했던 문제는 북한이 핵무기를 제조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고 보즈워스 대사는 이미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하는 것이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보즈워스 특사에게 ▲북핵 정책에서 한.미.일의 긴밀한 공조와 중국.러시아의 이해를 구할 것 ▲핵포기의 인센티브와 핵개발의 대가를 분명히 할 것 ▲현재의 북한 정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협상에 임할 것 등 3가지를 권고했다.

    페리 전 장관은 이어 "내가 대북정책조정관이던 시절 평양에 가기 전에 수개월간 한국.일본의 카운터파트와 협상전략을 함께 수립했고 6자회담이 당시에는 없었기 때문에 별도로 중국.러시아와 만나 그들의 견해를 들었다"면서 "북한이 6자회담의 참가국들간 균열을 일으키는 것을 용납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강력한 군대보다 더 강력한 것은 시의적절한 이념'이라는 빅토르 위고의 말을 인용하며 "북한의 핵무기를 제거하는 것은 시의적절한 이념으로, 진척이 있으려면 단기적으로 북한의 핵프로그램을 중단시킬 수 있어야 한다"며 "북한의 핵프로그램은 단순한 한반도의 안보위협뿐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인 비핵화 노력의 저해 요소"라고 지적했다.

    이어 발표자로 나선 현홍주 전 주미 한국대사는 "6자회담과 북미 양자협상에서 북미회동이 늘어날수록 6자회담의 운용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좀더 건설적인 대화를 할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현 전 대사는 또 "부시 행정부 시절 미국이 테러에 대응하고자 이라크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춰 동북아시아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는 얘기가 있다"면서 "미국 신임 정부는 북한 문제에 높은 우선순위를 두고 시급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핵 문제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유지할 것을 오바마 정부에 기대한다"며 "어떤 경우라도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서는 안 되며 북한의 모든 핵 능력을 해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학술대회는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이명박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당면한 범세계적 이슈인 금융위기.기후변화 등 급변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한국의 나아가야할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