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8일 한나라당 당사.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이 참석한 지도부 회의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 나왔다. '용산 사태'와 관련, 남경필 의원(4선 경기 수원 팔달)이 당의 공식입장과 다른 목소리를 내려하자 박희태 대표가 이를 막아선 것. 제지당한 남 의원은 다시 발언을 요청했으나 박 대표는 "다른 목소리는 비공개 때 하자"고 재차 막았다. 홍준표 원내대표도 남 의원을 거들었으나 소용없었다. 

    여당 대표 입장에서 민감한 현안에 대해 당 안에서 공식입장과 다른 목소리가 나올 경우 곤혹스러울 수 있지만 공개회의에서 의원 입을 막은 것은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는 분위기가 많다. 더구나 남 의원은 4선의 중진 의원이다. 중진 의원이 이럴진데 초·재선 의원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29일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주류로 꼽히는 모 초선 의원은 "괜히 입바른 소리했다가 청와대로부터 전화받았다는 얘기를 여러번 들어서…"라고 했다. 굵직한 이슈와 쟁점이 많지만 최근 여당의 초재선 의원들 입에선 좀처럼 청와대와 당 지도부에 쓴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

    언론을 통해 나오는 목소리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 해야 한다는 친이명박계 일부 의원들 주장 뿐이다. 간혹 나오는 비판은 대부분 익명으로 보도되는 실정이다. 의원들이 청와대와 당 지도부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다. 

    지도부는 '미네르바' 구속과 '용산 사태' 관련 TV 토론 불참 결정도 내렸다. 언론 인터뷰도 통제하며 입단속을 했다. 용산 사태 관련, 다른 목소리를 내는 홍 원내대표의 경우 지도부 회의에서 배제되기도 했다. 지도부 회의를 통해 공식 입장이 정해졌고 다른 목소리가 있다 해도 당의 조직원은 이를 따라야 한다고 박 대표는 항변하고 있지만 설 연휴 각 지역 민심을 듣고 온 의원들 입을 막는 것은 여론과의 소통을 스스로 거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크다. 더구나 입단속도 계획처럼 되지 않는 상황이라 괜히 당내 불만만 키운 꼴이 됐다.

    박 대표에게 발언을 제지당한 남 의원은 결국 2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의 용산 참사 대응은) 타이밍이 늦고 있다"고 꼬집었고 "당은 민심에 뿌리를 둔 조직으로 국민 뜻을 잘 헤아려 청와대와 정부에 가감없이 전달하고 그것이 정책과 인사에 반영되도록 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당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KBS 라디오 '라디오 정보센터 이규원입니다에 출연해)고 비판했다. 결국 남 의원은 할 말을 다 한 것이다.

    손발을 맞춰야 할 박 대표와 홍 원내대표는 '용산 사태'에 대한 입장 차로 일주일에 3번 열리는 최고지도부 회의에서 매번 불편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이런 불안한 여당에 대한 신뢰도 점차 하락하는 추세다.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지지율은 계속 곤두박질 치고 있다. 이견은 좁히는 것이지 막아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