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권 내 권력지형이 요동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19 개각'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과 테크노크라트 중심의 `전위(前衛) 내각'이 등장하면서 권력의 축이 `여의도에서 광화문으로' 이동했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개각 과정에서 여당인 한나라당이 소외되고 `정치인 입각'이 불발된 것은 `여의도 정치'에 대한 이 대통령의 깊은 불신을 반영한 것으로, 향후 여권내 권력재편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번 개각에서는 새 경제팀 지휘부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와 진동수 금융위원장 내정자, 윤진식 청와대 경제수석 등 `테크노크라트 3인방'이 기용됐다.

    이들은 향후 경제위기 극복과 `MB 노믹스' 구현이라는 특수임무 속에 경제정책 전반에 걸쳐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할 전망이다.

    또 대표적 사정기관인 국가정보원장과 경찰청장에 내정된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은 TK(대구.경북) 출신이고, 현인택 통일부 장관 내정자는 `비핵.개방.3000 구상'을 주도한 이 대통령의 오랜 측근이다.

    특히 후속 차관급 인선에서 이 대통령의 통치철학을 국정 전반에 전파하기 위해 `젊은 복심'들이 전진배치되고 조직안정을 위해 내부 전문가들이 대거 발탁된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청와대 전직 핵심측근들이 속속 복귀하면서 향후 `차관(次官)정치'가 국정운영의 한 축으로 부상한 것은 집권 2년차를 맞아 `친정체제'를 통해 국정을 주도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구상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왕비서관'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과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에다 유임된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등은 향후 `MB 정책'을 추진하는 데 선봉 역할을 맡게 될 것이 확실하다.

    이처럼 향후 국정주도 세력이 이 대통령의 `젊은 복심'과 전문가 집단으로 짜여지면서 한나라당 내 권력그룹은 새로운 정치적 역할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개각 과정에서 철저히 소외되고 `정치인 입각설'이 구두선(口頭禪)에 그치면서 당내 권력지형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더욱이 `정권의 2인자'였던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3월초 귀국을 둘러싸고 벌써부터 친이-친박간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고, 당내 최대 계파인 친이계 내부에서도 원심력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한나라당 내 권력지형은 박근혜 전 대표가 수장인 `친박계'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이끄는 `신주류', 이재오 전 최고위원을 위시한 `친이재오계' 등이 서로 견제.대립하는 `3분 지계'의 형국이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정두언 의원은 `권력사유화' 발언으로 멀어진 대통령과의 관계를 아직 좁히지 못했고,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던 안국포럼 출신들도 대통령과의 관계가 예전만 못하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미국행으로 친박계와 친 이재오계 사이에 갈등이 소강 상태로 접어들면서 이 전 부의장이 당내 현안을 막후에서 조정하는 `당 중심'으로 떠올랐다.

    이 전 부의장은 박희태 대표를 비롯해 홍준표 원내대표-임태희 정책위의장, 주호영 수석부대표 등 신주류 세력을 형성하는 데 깊이 관여했으며, 당내에서 실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1.19 개각'에서 당내 어떤 정파에게도 힘을 실어주지 않은 채 독자적으로 `친정체제' 구축에 나섰지만 친형인 이 전 부의장의 `파워'는 여전하다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친이계 핵심 의원은 "현재 당내에서 이상득 전 부의장이 `당 중앙'의 역할에 나서고 있다"면서 "지금 권력지형으로 볼 때 이 전 부의장을 능가하는 세력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최고위원의 복귀와 4월 재보선 공천을 둘러싸고 친이-친박간 전선이 형성되면서 한나라당 내부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더욱이 2월 임시국회 이후 있을 수 있는 새로운 원내 지도부 선출에서도 친이-친박간 기싸움이 불가피하고 친이계 내부에서도 이합집산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부터 당내에서 이 전 부의장-친박계, 이재오계-친이 소장파간 `합종연횡설'이 나오고 조기 전당대회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2월 임시국회와 3월초 이 전 최고위원의 복귀, 4월 재.보선, 6월 여권 전면개편설 등 `정치 변수'들 속에서 향후 여권내 권력지도가 바뀔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