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새벽 서울 용산 4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농성자들이 재개발에 따른 보상을 요구하며 '재개발 반대 건물 점거 농성'을 벌이다가 해산과정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사망하고, 23명이 부상당했다. 이날 사고는 농성장에 경찰특공대원들이 진입한 후, 철거민들이 준비한 시너에 불이 붙어 폭발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장의 한 경찰 관계자는 "(농성자가)살수차 물을 맞으면서 들고 있던 화염병을 놓친 듯 하다"고 화재원인을 추정했다. 정치권은 용산 재개발 지역 철거민 사망 사건과 관련해 긴박한 움직을 보였다.

    이날 오전 10시 50분경 민주당 정세균 대표, 김종률 김충조 신학용 김유정 김희철 의원 등이 현장을 방문했다. 현장에는 이미 한나라당 신지호 정몽준 진영 장제원 의원과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와 있었다. 전경들은 5~6겹으로 인간 방패막을 쳐 취재기자와 유가족의 현장 출입을 막았다. 11시 58분경 "살인 경찰은 물러가라"며 유가족 등 철거민 대책위원회 회원이 몰려들었고, 전경 저지선을 뚫으려 하면서 몸싸움이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한 전경이 유가족에 의해 끌려나가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1시 경 현장을 방문한 민노당 강기갑 대표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뉴타운은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후 현장을 둘러본 박병석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허탈한 표정으로 나오면서 "우리도 화가 잔뜩났다. (백동산)용산경찰서장이 사건 발생 후 2시간만에 나타났다"며 "6명이 사망했는데 5명은 민간인, 1명은 경찰이다. 현장을 직접 확인하길 요구했으나 서장이 난색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박 의장은 "누가 특공대 출입을 결정했는지, 서장은 자기가 지휘 책임자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민주당 정 대표와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은 사망자에게 애도를 표시했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한나라당 장제원 의원은 "백 서장 말로는 30여명 정도가 (철거건물)점거를 시작했고, (농성자들이)새총을 쏘고, 시너 염산 등을 뿌려서 지나가던 시민들이 다쳤다"며 "지속적으로 대화를 요청했는데 철거민들이 대화를 거부하고 무기한 농성하는 도중 맞은 편(건물)에 불이 붙고, 진화를 위해 특공대가 들어가는 순간에 (옆 건물에)불이 붙었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사건 현장에) 진입은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농성자들이 박카스 병에 염산을 뿌려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곧이어 현장에서 나온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누가 지휘하는가' 물으니 (백 서장)본인이 요청해서 모든 것을 했다고 한다"며 "본인이 모든 것을 뒤집어쓰고, 자폭하려는 느낌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본인(백 서장)이 요청하고 특공대 투입까지 다 결정했다고 한다"며 "철거민이 기습적으로 올라가서 화염병 유리구슬 골프공 300개 등을 행인에게 투척해서 대화와 설득이 안됐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화염병 염산까지 동원된 매우 위험한 사안이라서 특공대를 투입했다고 (백 서장이) 강변했다"고 목청을 높였다. 

    민주당은 21일 오전 10시 행정안전위원회을 소집, 지휘책임자인 어청수 경찰청장과 김석기 서울경찰청장, 최성룡 소방방재청장을 불러 사건 경위를 추궁할 예정이다. 또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 김 서울청장의 파면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