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산 화재 사건을 두고 '경찰 과잉진압'-'농성자 과격시위가 문제'라는 의견이 맞서는 상황이다. 20일 화재 현장에 있던 김모씨(남, 50세)는 "1970년대 철거민 해산에서도 이렇게는 안했다. 특수경찰이 투입된 것은 유례가 없다"고 말했고, 또다른 김모씨(여, 37세)는 "사망자가 발생해 유감이지만 너무 과격한 시위는 문제가 있다. 모두 책임 있다고 본다"며 안타까워했다. 서울 용산 4구역 재개발에 반대하며 상가건물을 점거하고 경찰과 대치해 온 철거민 5명과 진압을 하던 경찰 1명이 화재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김수정 서울지방경찰 차장은 이날 오후 4시 서울 용산경찰서에서 브리핑을 열고 "평화적 시위라면 절대 진압할 이유가 없다"며 "시너를 자기 몸에 뿌리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인데 이렇게 많이 뿌릴 지는 몰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 차장은 "19일 오후 7시에 열린 2차 대책회의에서 (특공대 투입을)결정했으며 이를 김석기 서울청장이 승인했다"고 말했다.

    '특공대가 투입될 때 전기톱과 용접기기를 갖고 갔다'는 의혹에 대해 김 차장은 "방패와 빠루, 전동 블라인드를 하나 갖고 갔고, 블라인드는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김 차장은 "사망하신 분과 가족께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고 애도를 표시했다. 김 차장은 이어 "하루동안 도심에 테러라 할 정도로 화염병과 골프공이 난무하고 민간인 차량이 파손돼 묵과할 수 없었다"며 "주간은 차량이 엄청 정체되기 때문에 차량이 적게 다니는 아침 시간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사건 관할서인 용산경찰서에는 백동산 서장과 민주당 김종률 의원간에 입씨름이 벌어졌다. 민주당 '용산 철거민 폭력살인 진압 진상조사 위원회' 소속 의원 5명이 현장 조사를 한 자리에서다. 백 서장은 "(경찰이)컨테이너로 올라가는데 (농성자들이)시너를 계속 뿌리고, 화염병을 던지니 올라가기도 전에 불이 붙어서 소화기로 껐다"며 "경찰관이 들어가는데 시너를 뿌리면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 그러자 김 의원은 "사람이 죽었는데 정당성 주장하느냐"고 몰아붙였고, 백 서장은 "무슨 동문서답이냐. 불 붙이는 행위를 인간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반박했다.

    김 의원이 "철거민이 테러분자냐"고 따졌고, 백 서장은 "사람이 올라가는데 시너를 뿌리는 행위는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맞섰다. 김 의원은 "그래서 누가 죽었냐, 왜 자꾸 자기 변명만 하냐"고 다그쳤고, 백 서장은 "아무리 그래도 (시너 투척 행위는)이해가 안된다. 왜 자꾸 결과만 갖고 그러느냐"고 반박했다. 백 서장은 "(농성자들이)화염병을 던지니, (경찰이)컨테이너에 13명 탔는데 불이 붙었다"며 "(김 의원에게)내가 질문하겠다. 경찰관이 올라가는데 불을 붙인 것은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특공대가 투입되지 않았다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았으리라 예상된다'는 질문에 백 서장은 "위험 물질을 소지한 것을 놔두면 전혀 관련 없는 사람에게까지 피해가 확산된다"며 "빨리 이 사람들을 끌고 내려와야 한다는 신념 하에 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일 새벽부터 '용산4구역 철거민 대책위원회' 소속 회원과 전국철거민연합회 회원 등 30여명은 서울시에 이주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며 경찰에 맞서 화염병과 돌을 던지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