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이 2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쟁점법안 `작명' 문제를 놓고 고심에 빠졌다.

    쟁점법안을 싸잡아 `MB악법'으로 작명해 적지않은 홍보효과를 본 민주당에 맞서기 위해선 법안의 특징을 적확하게 묘사하면서도 이해하기 쉬운 별칭을 앞세워야 한다는 것.

    내부적으론 `국가 선진화를 위한 개혁입법'이란 별칭이 맞대응 카드로 논의되기도 했지만, 단어 자체도 길고 귀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다는 평가 때문에 자주 사용되진 않는 분위기다.

    일단 박희태 대표는 `MB약법'이란 신조어를 들고 나섰다. 박 대표는 15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정책설명회에서 "민주당이 자꾸 악법이니 뭐니하는 데 이것은 경제살리기법"이라며 "`악법(惡法)'이 아니라 `약법(藥法)'"이라고 지적했다. 부정적 의미의 `악'을 긍정적 의미의 `약'으로 바꾼 일종의 언어유희인 셈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악'과 `약'의 발음이 비슷해 혼란이 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도 "박 대표가 `MB약법'이라면서 청중의 호응을 유도했는데도 일부 청중들은 `MB악법'으로 오해하는 분위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MB악법'이란 민주당의 프레임에 구애받지 말고 `MB명품법안'처럼 완전하게 새로운 조어를 찾아내야 한다는 주장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각각의 쟁점법안에 대한 별칭도 논의되고 있다. 민주당이 미디어관련법을 `재벌방송법'으로, 은행법은 `재벌은행법', 집시법은 `마스크 처벌법'으로 규정하고 공세를 강화하는데 대한 대책 차원이다.

    한나라당 미디어산업 발전특위위원장인 정병국 의원은 1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미디어관련법은 재벌방송법이 아니라 국민방송법"이라고 말했다. `자사 이기주의에 빠져있는 방송'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법안이라는 이야기다. 또한 `마스크 처벌법에 대해선 `비겁자 처벌법'이란 별칭이 사용되고 있다. 

    `은행을 재벌에 줄래'란 민주당의 구호에 대해선 은행의 해외매각을 방지하자는 의미의 `은행을 외국에 줄래'란 구호가 검토되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법안의 내용에 대한 설명도 없이 `재벌방송'식으로 법안의 본질을 왜곡시키는 것이 민주당의 전략"이라며 "일단 법안의 본질을 설명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귀에 잘 들어오는 별칭을 찾는데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박희태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서울 용산구민회관에서 열리는 서울시당 정책설명회와 안경률 사무총장, 임태희 정책위의장이 참석하는 광주.전남 지역 정책설명회에서 `MB약법'과 같은 별칭을 재차 사용할 예정이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