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군기무사령부 부지 활용 방안과 관련, "미술계의 오랜 숙원인 현대미술관 서울분관으로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기무사 부지 강당에서 열린 문화예술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역사적 의의가 있는 곳에 국립미술관을 조성해 다양한 예술작품이 전시되고 창조적 실험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면서 "나아가 전 세계에서 미술가와 관광객이 모여들 수 있는 동북아의 대표적 미술관으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미술관 조성 계획을 밝히면서 1996년 서울 종로 국회의원 선거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겨룬 기억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종로구에 출마했을 때 이 자리에 미술관을 만들면 좋겠다는 공약을 했다"면서 "인사동과 삼청동으로 해서 문화의 거리를 만들겠다고 하니 그 때 이종찬, 노무현 후보였는데 '국회의원이 할 수 없다. 정부가 하는 일인데 왜 국회에서 한다고 하느냐'고 한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농담조로 "국회의원 때는 할 힘이 없었는데 이제는 대통령이 돼 할 힘이 생겼다고 생각돼 한번 해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당시 이 대통령은 신한국당 후보로 출마, 4만230표를 얻어 당선됐다. 노 전 대통령(1만7330표)은 국민회의 이종찬 후보(3만2918표)에 이어 3위에 그쳤었다.

    이 대통령은 "선진일류국가를 만들자는 목표가 있는데 소득이 올라가면 되는 것으로 사람들이 착각한다"며 "경제는 열심히 해서 돈 벌 수 있고, GDP도 올릴 수 있지만 그것 하나만으로는 일류국가가 될 수 없다. 대전제는 문화시민, 문화국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제일 부끄러운 것이 문화적 배경없이 소득만 많은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30~40년 전에 기업활동으로 세계를 다니면서 우리나라에서는 못 가는 미술관, 음악회를 다녔는데 그 때 내 꿈이 문화국가를 만들자는 것"이라며 "국민이 돈이 없어 (공연장에) 못 오면 정부가 티켓을 발행해서라도 어려운 기간에 문화예술활동이 위축되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신년 인사회에는 김수용 예술원 회장과 이어령 전 문화관광부 장관, 이성림 예총 회장, 고흥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문화예술계 관련 인사 50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