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힐러리 한마디에 민주당이 입이 벌어졌다. 미국 힐러리 로댐 클린턴 국무장관 내정자가 상원 청문회에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재협상론을 주장하자, 민주당이 쾌재를 부르고 있다. 민주당은 "힐러리의 답변을 보면서 민주당 입장이 옳았고, 한나라당이 그릇된 것이 증명됐다"(박병석 의원)고 주장할 정도로 흥분하고 있지만 한미 FTA는 노무현 정권이 체결한 것이고 민주당이 'MB악법'으로 밀어붙이는 출총제 역시 노 정권에서 기준을 완화시킨 적이 있다.

    민주당 박병석 의원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 모두발언에서 "(힐러리 발언으로)한나라당이 크게 당황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의원은 "한나라당 주장대로 됐으면 미국 오바마 정부의 입장 변화에 대해 한국 의회와 정부, 국민이 무척 곤혹스러웠을 것"이라며 "이번 국회 폭력 파동의 직접 도화선이 된 한나라당 박진 통외통위원장의 밀실 봉쇄 FTA비준안 상정이 얼마나 그릇됐는지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이러한 입장에 대해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6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FTA가 (민주당의)로텐더홀 점거농성 등 야당의 강력 반발에 부딪혀 난항에 빠졌지만 노 정권에서 FTA로 미국과 협상했던 민주당이 비준을 반대하는 것은 정치적 노림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자신들이 집권당 시절에 체결한 FTA 국회 상정 원천무효 투쟁을 벌이는 민주당이 별다른 명분을 찾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미국 새 정부 입장이 정리되는 것을 봐서 우리가 발 맞추는 게 맞다. 공식적 대응이나 논평을 옳지 않다"고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서갑원 의원은 "여야간 협상 과정에서 (한나라당이)처음엔 (FTA를)2월 말로 처리시간을 주장하다가 우리 당에서 처리시한을 못박을수 없다고 했는데, 한나라당이 협상 막바지에 6월 말까지 처리하자고까지 요구했다는 점도 참고해 달라"고 거들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이날 아침 한 라디오에서 "재협상은 원칙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입장이 아주 확고하다"며 "미국 입장에서 보면 재협상을 요구했을 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는 오해의 빌미가 될 수 있다"며 조속한 비준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