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이 13일 '국회유린 및 야당탄압저지 대책위원회'(위원장 박주선)라는 것을 만들어 'MB악법'을 저지하겠다고 기염을 토했으나 결국 남탓만 난무하고 반성은 없는 자리가 돼 버렸다. 국회 폭력에 대한 자성은 커녕 '소수 야당에 대한 억압'(김종률 의원) '외통위 폭력은 불가피하게 취해진 자구대책. 한나라당이야말로 중대한 범죄행위'(조정식) '겉으로 드러난 폭력만 부각시킨다'(문학진)며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비난 일색인 그들만의 잔치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을 견제하는 제 1야당으로서 건전한 토론과 비판이 아쉬운 자리였다. 

    구랍 18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해머를 들고 출입문을 때려부순 문학진 의원은 도리어 "내 집에 내가 들어가지 못하는 참담한 상황에서 누군가가 가져온 해머를 들고 내 집에 들어가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으로 외통위 회의장 문을 몇 차례 내리쳤다"고 변명했다. 그는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도 "도둑 잡을 때 필요하다면 몽둥이도 들 수 있다"고 자신의 난동행위를 정당화하기에 급급했었다.

    문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우리와 같은 지경을 당했으면 가만히 팔짱만 껴고 지켜볼 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어제(12일) 이 대통령 라디오 연설을 들으니 상황보고를 제대로 못 받은 듯 보인다"고 비아냥거렸다. 문 의원은 "선후관계가 어떻게 된지 모른 채, 겉으로 드러난 폭력에 대해서만 말하는 것 같다"며 "전말을 상세히 받고도 그런다면 이 대통령의 사고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강변했다. 이 대통령이 전날 연설에서 주요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벌어진 국회 폭력에 "회의실 문을 부수는 해머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때리고 내 머리와 가슴을 때리는 것같이 아팠다"고 표현한 것을 비난한 것이다. 그는 "이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해머로 때렸다'고 발언했는데 나는 다수결이라는 힘만 믿고 일방적으로 다른 당 의원들을 밀어붙이는 민주주의 말살을 해머로 내리쳤다"는 뜬금없는 주장만 계속 늘어놓았다.

    문 의원은 이어 "이 대통령이 해머에 머리와 가슴을 맞았다고 했는데, 나는 대통령의 머리와 가슴을 칠 이유가 없다"고 비아냥대면서 "내가 내리친 것은 국회를 대통령의 시녀, 하수인으로 바라보는 대통령의 사고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문 의원은 오히려 "겉으로 드러난 폭력만 부각시키는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술책을 거둬라"며 "'어찌됐든' 불미스런 모습을 보여 국민께 머리숙여 사과한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외통위 해머질 난동에 사과를 하면서도 '어찌됐든'이라는 단서를 달아 자신의 폭력을 정당화하는 모습을 보인 것.

    김종률 의원은 한나라당이 '해머 문학진' 사건을 계기로 추진 중인 '국회 폭력방지 특별법'을 맹비난했다. 김 의원은 "어제 이 대통령이 국회를 비판했는데 이번 폭력 사태 근본원인을 제공한 이 대통령이 과연 그런 말 할 자격이 있느냐"며 "한나라당이 발의하겠다는 법안에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국회폭력방지 특별법'을 "기네스 감에 오를 블랙코미디 감"이라며 "여당이 여유가 없고, 정치력이 없어서 저렇게 말초적 대응을 하는 게 아닌가 싶더라"고 비아냥댔다. 그는 "문 의원 말대로 소매치기가 날치기 하려는데 정당방위를 해야하지 않겠느냐. 더 큰 폭력에 대한 불가피한 정당 행위였다"며 문 의원의 난동 행위를 두둔했다.

    조정식 의원 역시 "문 의원의 행동은 결국 내 집에 내가 들어가는데 불법적으로 문걸어 잠가서 불가피하게 취해진 자구 대책"이라며 "한나라당이 문 의원과 야당을 겨냥해서 국회 폭력을 문제삼는데 한나라당이 저지른 행위야말로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물고늘어졌다. 그는 "당시 한나라당이 (안에서)직접 얼굴을 겨냥해 소화기를 직사했다. 이것은 인체에 손상 가하는 행위로 엄중 처벌돼야 한다"며 "소화기를 분사한 사람과 안에서 그를 지지한 사람 모두 철저히 가려내 처벌해야 한다. 더구나 안에 들어가 있던 최규식 의원(민주당)을 감금해 (FTA를)날치기 한것은 현역 의원 불법 감금죄"라고 주장했다. 이날 회의에는 민주당 골프 유흥 외유단 중 한 사람인 양승조 의원이 참석해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모두발언 내내 입을 다물고 있어서 묘한 대비를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