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내 폭력사태로 정치권에 대한 자숙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각 상임위의 해외출장 계획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지난 해 12월 외교통상통일위의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상정과 연초까지 진행된 쟁점법안을 둘러싼 여야간 물리적 충돌, 최근 민주당 의원들의 해외골프 파문 등으로 여론의 시선이 따갑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9일 3개 원내교섭단체 대표들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미국과 멕시코 출장 일정을 취소한 뒤 `집안단속'에 나서면서 의원들의 외국행은 더욱 어렵게 됐다.

    우선 교육과학기술위의 김부겸(민주당) 위원장과 임해규(한나라당).안민석(민주당).이상민(선진과 창조의 모임) 간사는 14∼23일 헝가리, 체코, 프랑스, 독일 등의 유럽 출장계획을 12일 취소했다.

    이들은 헝가리, 체코, 프랑스의 교육부 장관과 국회의원, 국립대학 및 초.중등학교 관계자들을 면담할 예정이었지만 국민 정서와 원내대표단의 자제요청을 감안, 고심 끝에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제사법위도 유선호(민주당) 위원장을 비롯한 4명이 2월 로스쿨법 처리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14∼21일 호주, 뉴질랜드의 로스쿨을 시찰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또 기획재정위 조세심사소위 위원 4명은 13일부터 일주일 정도 미국 하와이와 일본을 방문해 각국의 금융위기 극복 대책을 살펴볼 예정이었으나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지식경제위도 1주 가량 호주, 필리핀 등을 방문해 화력발전소 등 에너지 관련시설을 둘러보려던 일정을 13∼14일 쌍용자동차 문제 해결을 위한 간담회와 회의 등으로 바꿨다.

    상임위는 아니지만 한나라당 정두언, 김영우, 조해진, 이춘식, 김효재, 권택기 의원 등 6명도 14-16일 중국공산당 초청으로 추진된 중국을 방문계획을 `백지'로 돌리고 지역구 행사 및 의정보고에 주력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같은 해외출장 무산이 의원들이 식견을 넓힐 기회를 막고 외교상 결례로 이어질수 있다는 점에서 안타깝게 바라보는 시선도 없지 않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12일 라디오 방송에서 "외유나 관광이라는 오해를 받는 국회의원의 해외여행에 대해서는 따끔한 질책이 필요하지만 의원외교 차원에서 이뤄지는 국회의원의 공식 해외출장은 국민들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바 있다.

    기획재정위의 조세심사소위 위원장인 최경환(한나라당) 의원도 "자칫 외유로 비칠 수 있어 해외출장을 가지 않기로 했다"며 "주요 인사와 면담을 잡아놨는데 외교상 결례가 되지 않을까 우려스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