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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과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는 12일 청와대에서 한일정상회담 이후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미래지향적 성숙한 동반자 관계'를 위한 양국 합의를 발표했다. 오전 10시 5분부터 약 20분간 진행된 기자회견은 이 대통령이 먼저 모두발언을 한 뒤 아소 총리의 발표가 이어졌다.
양 정상은 함께 기자회견장에 입장했으며 이 대통령은 아소 총리에게 손짓으로 자리를 인도했다. 아소 총리는 단상에 오른 직후 일장기를 향해 잠시 고개숙이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일본의 계속된 독도 도발 등 민감한 사안이 다뤄지지 않아 양 정상의 기자회견에서도 긴장감은 다소 떨어졌다.
이 대통령은 향후 한일 경제협력 과정에 또 역사문제가 악재로 등장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지적에 "양국 간에 다소 어려운 점이 있었지만 되돌이켜 보면 (역사) 문제로 주춤할 때는 있었지만 후퇴는 하지 않았다"고 평가한 뒤 "한일관계는 더 미래지향적으로 나가고 있고, 동북아 지역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양국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금융위기를 통한 실물경제 위기가 세계적 문제인데 이를 극복하는 데 양국간 실질적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소 총리는 '한일 역사문제를 논의했느냐'는 일본측 기자 질문에 "회담에서 직접 다루지 않았다"고 답했다. 아소 총리는 지난해 4월 방일 당시 이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한일 양국이 역사를 직시하고 미래 비전을 다지며 국제사회에 함께 기여해 나감으로써 양국관계를 더 성숙한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켜나가는 데 이 대통령과 내 인식이 완전히 일치됐다"고 말했다.
양 정상은 세계적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공동노력과 양국의 실질 경제협력에 이번 정상회담의 의미를 뒀다. 이 대통령은 "역사상 처음으로 일본 주요 재계 지도자가 대거 동행했다"면서 "양국 재계 지도자들이 공동 이익을 위해 합의한 것은 협력이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도 한일 경제협력을 매우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논의했다"면서 "부품소재 산업에서 일본 기업의 한국 진출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아소 총리 역시 "일본 경제계 리더가 다수 동행했다"고 소개한 뒤 "이 대통령과 한국 경제계 여러분과 의견을 교환했으며 양국간 경제관계 강화, 나아가 세계 비즈니스 무대에서 힘차게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아소 총리가 세계 경제회복을 위한 공동 역할을 강조하면서 "경제위기 속에서 보호주의 경향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이 대통령과 아소 총리는 회견을 마친 뒤 밝게 웃으며 잠시 환담하는 모습을 연출, 더욱 친밀해진 양국 관계를 보여줬다. 이 대통령은 "작년 10월 이래 아소 총리와는 벌써 다섯 번째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며 "양국 관계가 가깝고도 먼 나라에서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로 발전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소 총리는 "새해 초 한국을 방문하게 돼 대단히 기쁘며, 이 대통령과는 세계 각지에서 매달 만난다"며 "이만큼 빈번하게 한일 정상이 직접 만나 폭넓은 협력을 돈독히 한 예가 지금까지 없었다"고 화답했다. 아소 총리는 "이번 방문으로 셔틀 정상외교가 정착했다"면서 "올해 중 적절한 시기에 이 대통령이 방일하기로 합의했으며 올해를 한일관계가 비약하는 해로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