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법전쟁'에서 승기를 잡아 크게 고무돼 있던 민주당이 다시 악재를 만났다.

    민주당 국회의원 9명이 임시국회 회기중인 9일 태국에서 골프를 친 것으로 확인되자 당 안팎에서 거센 비난여론이 이는 등 모처럼 활력을 찾았던 당이 돌발 변수에 휘말린 양상이다.

    박기춘, 박영선, 전병헌, 우윤근 등 의원 4명은 12일 오전 서둘러 귀국하는 등 진화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으나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주당으로서는 이번 사태가 입법전쟁의 본선 격인 2월 임시국회의 여야간 쟁점법안 처리 싸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예기치 못했던 해외골프 파문이 입법전쟁의 승리로 탄력받았던 민주당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실제 지난 9일 발표된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주간 정례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20.0%로 올라서며 한나라당과의 지지율 격차를 한자릿수 대로 좁혔으나 골프 파문 소식이 전해지면서 민주당 홈페이지에는 비난여론이 쇄도하는 등 분위기가 바뀌는 양상이다.

    이날 오전 소식을 전해들은 당내 인사들은 "입법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자축 분위기가 지나쳐 아슬아슬하던 당에 기어이 사고가 터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최고위원은 "국회에 대한 곱지않은 시선이 있는 때 외유를 가는 것은 좀 문제이며 의원 개인의 도덕성과 연결될 수 있다'며 "당 윤리위원회에 이번 사건을 회부해야 된다는 의견도 있다"며 격앙된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당사자들은 당연히 사과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세균 대표의 한 측근은 "대표로서도 화가 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당의 주요 관계자는 "조금 회복되던 지지율을 다 까먹게 생겼다"며 "국민들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당사자들인 이강래, 박영선, 최규식, 우윤근, 주승용 의원 등이 미국에 체류중인 정동영 상임고문과 가까운 인사라는 점을 들어 정 의원의 복귀 움직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당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이날 오전 50여건의 비난 글이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국회 폭력으로 국제적 망신을 해놓고 국회회기중 라운딩을 하는가"라고 지적했고, 다른 네티즌은 "자칭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다는 정당이 현 시국에 골프 생각이 나던가"라며 "정신 차리라"고 질타했다. 

    당사자들 서로 다른 반응을 보였다. 박기춘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했고, 전병헌 의원은 "주말이라 시비가 안될줄 알았다"면서도 곤혹스러워했다. 우윤근 의원은 "사실이 왜곡됐다"며 KBS의 최초 보도에 반발했다. 

    정 대표는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국회는 국민들이 걱정하지 않고 사랑하도록 많은 노력과 성찰이 필요하다"며 에둘러 유감을 표명했고, 원혜영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께 죄송하다"며 공식 사과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