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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2일 사설 '원내대표들 TV 노래자랑, 국민 부아 돋우기로 작심했나'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한나라당 홍준표, 민주당 원혜영, 자유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가 11일 방송된 KBS 2TV '박중훈 쇼'에 나와 어깨동무를 하고 '목로주점'이란 노래를 합창했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홍 원내대표를 "소신 있는 의회주의자"라고 부르고 홍 원내대표는 원 원내대표를 "합리적이고 순수한 지도자"라고 했다. 국민들로선 두 사람이 주고받은 이야기 속에 등장한 '소신' '의회주의' '합리적' '순수한 지도자'란 단어가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다. 국민은 깽판 국회에서 '무(無)소신' '의회 파괴' '불합리' '지도자 자격을 반납해야 할 사람들'밖에 구경한 게 없다. 지난번 국회는 3당 원내대표가 어깨동무하고 합창한 노래 '목로주점'만도 못했다. 두 사람은 또 TV 속에서 팔씨름 시합도 벌였다. 방송사 홈페이지엔 '몸싸움을 벌였으면 시청률 최고 기록을 세울 텐데…' '무슨 염치로 방송에 나오느냐'는 야유와 비난이 줄을 이었다.
홍준표, 원혜영 두 원내대표는 폭력 무능 국회의 현장 사령관이었다. 닷새 전까지 상대방을 향해 "의회 말살의 폭거" "청와대 꼭두각시"라는 욕설을 퍼붓기만 했지 국회를 한 걸음도 전진시키지 못했던 사람들이다. 그런 그 둘이 국회가 문을 닫기가 무섭게 TV에 나와 어깨동무를 하고 노래를 불러댔다. 낯이 이 정도는 두꺼워야 정치인으로 입신하는 모양이다.
여야 의원들도 이미 서로 손잡고 외국 여행을 떠났거나 그 준비에 여념이 없다. 여야 원내대표들은 미국을 거쳐 멕시코로 바람을 쐬겠다고 했다가 성난 여론에 계획을 접었다. 국회 기획재정위 한나라당 서병수 위원장, 나성린 의원, 민주당 백재현, 선진당 임영호 의원 등은 열흘간 이탈리아와 터키 방문길에 올랐고, 법사위 민주당 유선호 위원장, 우윤근 의원, 한나라당 장윤석 의원 등은 호주·뉴질랜드 시찰에 나서고, 교육과학기술위, 문화방송위 등 상임위마다 1월 중 외유 계획을 세우느라 바쁘다. 말이 교류이고 시찰이지, 까놓고 이야기하면 국민 세금으로 놀고 오는 것이다. 부끄러운 게 없다면 왜 여행 계획과 소요 경비를 1급 국가 비밀인 것처럼 꽁꽁 숨기고 있겠는가.
TV 쇼에 함께 출연하고 국민 세금을 써가며 외국 여행이라도 함께 해 여야관계가 나아지고 국회 난투극이 사라질 수만 있다면 두 번, 세 번이라도 보내줘야 한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여야는 2월 국회가 문을 열면 다시 흉기(凶器)로 무장하고 의사당 안을 배회할 가능성이 높다. TV 쇼 출연, 외국 나들이는 즐길 수 있는 것은 일단 다 즐기고 깽판은 깽판대로 치겠다는 것이다. 국회가 국민 부아를 돋우기로 작심했다고 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