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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면서 민주당의 `잠룡'들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대선과 총선의 잇단 패배 후 정치 전면을 떠나 칩거중이거나 행보에 신중했던 당내 유력 인사들이 오는 4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 등 굵직굵직한 정치 일정을 앞두고 서서히 기지개를 펴고 있는 것.
특히 이들의 움직임은 당내 역학구도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어 주목된다.
우선 눈에 띄는 인사가 정세균 대표이다. 그는 연말연초 입법전쟁 과정에서 전과를 거두며 몸값을 크게 올렸다.
지난해 7.6 전당대회에서 압도적 승리로 당권을 거머쥐었음에도 거여(巨與)와의 투쟁에서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당내 강경파로부터 야당성이 부족하다고 비판받는 등 지도력 논란에 휘말렸으나 입법전쟁에서 승기를 잡으며 당내 입지를 굳혔다.
일각에서는 그가 입지를 굳히는 차원을 넘어 잠재권 대권주자의 반열에 오르는 터를 닦았다는 말도 하고 있다.
다만 대중 인지도가 낮은 점은 극복할 과제로 꼽힌다. 2월 2차 입법전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할 숙제도 안고 있다.
지난해 당권에 도전했다 실패한 추미애 의원은 작년 12월초 출판기념회를 시작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3월께부터 생활.노동.환경.교육의 4대 테마로 현장을 도는 `전국 투어'를 구상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인맥을 구축하고 조직을 다진다는 복안이다. 비주류 구심점으로 자리매김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여의도를 떠난 정동영 전 통일장관과 손학규 전 대표의 복귀 시점과 방식도 주목받고 있다. 미국 듀크대에서 연수 중인 정 전 장관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가만히 나뒀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4월 재보선을 앞두고 옛 지역구인 전주 덕진 출마설이 계속 나온다.
당초 올초 중국 칭화대로 옮기려던 계획을 잠정 연기한 것을 두고도 복귀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 있다. 덕진 출마에 대해 지도부 일각에서 부정적 기류가 감지되는 가운데 당내에서도 찬반 양론이 엇갈린다.
춘천 농가에서 닭 사육, 밭농사에 몰두하며 칩거 중인 손 전 대표는 4월 재보선 불출마 결심을 굳혔다고 한다. 한 측근은 "전제 없이 안 나간다"며 "여정을 돌아보며 진로에 대해 `사색' 중으로,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고 말했다.
그는 연말 모임에도 발을 끊으며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있다. 최근 명상수련도 배웠다. 연초 옛 캠프 실무진과의 태백산 등반 때 "출마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열린우리당 시절 정 전 장관과 양대계파 수장이었던 김근태 전 의원은 천정배 의원과 비주류연합체격인 '민주연대'를 이끌고 있다. 봄학기 한양대 강의를 계속할 계획이며 4월 재보선 또는 서울시장 도전설도 나돈다.
당내 386 대표주자 중 한 명인 송영길 최고위원도 차세대 주자군으로 꼽힌다. 작년 미국 대선 때 `한국의 오바마'를 자칭했다.
2010년 지방선거 `꽃'인 서울시장, 경기지사를 향한 당내 경쟁도 점화될 조짐이다.서울시장에는 박주선 이미경 박병석 추미애, 박영선 의원, 김한길 이계안 신계륜 전 의원과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 한덕수 전 총리 등 10여명이 하마평에 올라 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구속으로 일단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경기지사에는 김진표 최고위원, 원혜영 원내대표, 김부겸 정장선 이종걸 이석현 의원 등이 거론된다.
일단 정 대표 체제가 공고해지고 주변 386그룹이 신(新)주류의 위상을 재확인하면서 당분간 권력투쟁이 표면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그러나 정 대표의 2월 입법전쟁, 4월 재보선 성적표에 따라 노선 갈등이 촉발, 당내 지형변화를 몰고올 공산도 적지 않다.
당내 세력판도에 적잖은 영향을 가져올 정 전 장관의 조기 복귀 현실화 여부도 정 대표 체제의 순항 여부와 함수 관계에 있다.
작년말 정 전 장관과 손 전 대표의 조기복귀론이 정 대표의 리더십 논란과 맞물려 고개를 들었던 것도 이런 맥락이다. 또 정 전 장관의 조기 복귀 여부는 손 전 대표 컴백 시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