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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여야가 민생·개혁법안 처리를 2월 임시국회로 미루는 등 쟁점법안 처리 방안에 합의한 것과 관련, 즉각적인 반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불만기류는 가득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부처별 업무보고를 예년에 비해 석달여 앞당겨 실시하고 '비상경제정부' 체제를 구축하는 등 경제살리기 속도전에 나서고 있지만 믿었던 국회가 '걸림돌'이 된 셈이라는 비판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지난 2일 신년국정연설을 통해 "이제 국회만 도와주면 국민 여러분의 여망인 경제살리기와 일자리 만들기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민생·개혁법안 상당수는 여전히 국회에 남게 됐다. 좀처럼 공식연설에서 애드리브를 하지 않는 이 대통령은 규제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한 뒤 "많은 법이 지금 국회에서 기다리고 있다. 아직 갈 길이 한참 남았다"는 문구를 추가하면서까지 국회의 협력을 촉구했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여야 합의문 발표 직후 "갈 길이 바쁜데 안타깝다"고 짧게 논평했다. '전시상황'이라는 급박한 심정으로 청와대와 정부가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를 조속히 극복하기위한 총력체제를 구축했지만 국회에 의해 제동이 걸린데 대한 안타까움으로 읽힌다. 청와대는 6일 지하벙커에 '워룸(war room, 전시작전상황실' 개념의 비상경제상황실을 마련하고 본격 업무에 착수했다.
친이계는 폭발 직전, "홍준표에 크게 실망"
청와대 내부의 불만은 야당보다 '무기력한 거대여당' 한나라당을 향해 있다. 한나라당은 172석이나 거느리고도 민주당의 국회 본회의장 점거에 밀려 사실상 백기를 든 꼴이 됐다는 평가다. 국회 파행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표측과의 갈등이 일시적으로 표면화되면서 여권 내분까지 드러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경제살리기와 개혁작업은 따로 갈 수 없는 문제"라며 "금산분리 완화를 비롯한 각종 규제개혁 관련 법안이 발목을 잡혀서야 제대로 일을 할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 다른 관계자는 "여야가 발표한 합의문을 보니 민주당의 완승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다"면서 "도대체 172석의 한나라당이 지루한 협상에서 뭘 얻어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당내 친이계도 폭발직전이다. 당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은 거세질 전망이다. 한 의원은 "홍준표 원내대표에 대해 크게 실망했다"며 그의 협상력, 정치력 부재를 지적했다. 또 김형오 국회의장에 대해서는 "국익보다 혼자 멋내겠다는 스타일리스트"라는 비판이 공공연히 제기된다. 공성진 최고위원은 7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결과에 대해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여야 조율 실패에 대한 자성과 함께 차후 대책 마련이 더욱 중요하다는 청와대 내부 지적도 나왔다. 한 관계자는 "청와대는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여당은 협상력의 부재를 여지없이 보여준 결과"라고 혹평한 뒤 "그러나 여야간 합의를 부정할 수는 없다"며 "어쨌든 고생 끝에 얻은 결론인 만큼 어떻게든 최선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후속대책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