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내사랑 내 곁에’는 초반 권상우의 캐스팅을 둘러싸고 출연번복과 법정공방 등 이래저래 말이 많아 화제를 모은 영화다. 배우 김명민과 하지원이 주연으로 확정되면서 영화의 줄거리가 공개되자 극중 하지원이 맡은 여성 장례지도사라는 독특한 직업이 눈길을 끈다.

    일반인에게 아직까지는 생소한 장례지도사는 고인이 돌아가신 후 모든 사후처리를 하는 사람으로, 그동안 대부분 중년 이상의 남성이 많이 맡아왔다. 하지만 장례지도사를 교육하는 전문기관이 급증하고 대학 내 장례지도과, 장례복지과가 생기는 등 점차 전문직이라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젊은 층의 진출이 늘어나고 있다.

    다양한 삶을 경험하는 직업, 장례지도사

    장례지도사는 시신을 거두는 수시(收屍), 시신을 깨끗하게 목욕시켜 수의를 입히는 염습(殮襲), 입관(入棺), 출상(出喪), 하관(下棺), 장례 이후 절차 등을 관장하는 직업으로 ‘장의사’나 ‘상례사’ 로도 불린다. 절차에 따라 장례를 진행하고 장례 상담, 시신 관리, 의례 지도 및 빈소 설치, 각종 장례 행정업무 등 장례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다. 여러 사람과 다양한 사연을 접하는 일이기 때문에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직업. 이들은 유족들로부터 사망통지 연락을 받은 직후부터 바로 상주에게 장례의례 전반을 지도하고, 모든 장례절차를 도와주며, 필요에 따라 장례용품(수의 상복 등)을 판매 및 대여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장례지도사는 이론만 갖고 뛰어들기에는 무리가 있는 분야다. 일의 특성상 철저한 서비스 마인드와 인내심을 가져야 하며 돌발상황이 생기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경건한 마음으로 고인을 대하는 자세와 설득 능력, 상담 능력 등도 필요하다. 그러므로 일단 규모가 작은 병원에서 장례 관련 업무를 하거나 학교에서 진행하는 실습에 적극 참여해 현장 경험을 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장례지도사도 진화 중 

    장례지도사 역할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전문집례사’도 생겨났다. 전문집례사는 약관 서비스 외에 일대일 밀착 서비스를 제공하며 장례 기간 중이나 장례 후에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과정을 돕는다. 행사장에 상주하면서 문상객 접대 및 제상 차림부터 시작해 화장일 경우 화장장까지, 매장일 경우에는 매장지까지 따라간다. 전문집례사 제도를 실시해 눈길을 끌었던 효원라이프상조 관계자는 “가족처럼 모든 장례처리를 대신해주는 전문집례사 제도를 실시한 후 유족의 만족도가 크게 높아졌다”고 전했다. 이처럼 장례지도사의 역할이 점점 확대되면서 고인과 유족의 마음을 편안히 해주는 것은 물론 사회 문제로까지 대두됐던 장례식장의 폭리 등을 완화, 규제하는 데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여성 장례지도사 전망 밝아

    그간 ‘금녀의 영역’, ‘홍일점’ 등으로 인식되던 장례지도사라는 직군에 진출한 여성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장례지도사로 활동 중이라고 당차게 자신을 소개하는 유혜림(24, 효원라이프상조)씨. 원래 전공이던 의상디자인과는 전혀 무관하다 여겨질 법도 한 직업을 가졌지만 그의 대답은 다르다. “의상디자인과 장례지도 모두 섬세함과 배려심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 일의 속성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며 “여성이 남성 못지않게 잘 할 수 있고 평생 직업으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이 바로 장례지도사”라고 말했다.

    그의 친오빠 역시 장례지도사. 그래서인지 직업에 대한 거부감은 다행히 없었다고. 오히려 외할머니가 갑작스레 돌아가셔서 가족 모두 정신이 없던 중에 상조 서비스를 받아 무사히 일을 치렀던 경험 덕분에 더 좋은 이미지를 가질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여성으로 일을 하며 힘에 부칠 때도 있지만 고인이 여성이거나 남성 장례지도사가 하기 힘든 시신메이크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 등은 여성 장례지도사만의 강점이기에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경기 불황 속에서 취업난에 계속되는 요즘, 장례지도사는 전문직이라는 강점에 나이가 들어도 경험을 살려 직업세계에서 더욱 환영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더해져 그 인기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여성, 특히 전업주부들의 진출이 활발해지는 추세에 발맞춰 지역 평생교육원 복지관 등 에서는 장례지도사 양성 과정을 개설한 곳이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