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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9일 사설 '검사가 업자 법인카드로 쓴 1억원이 뇌물 아니라니'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부산고검 김모 검사가 골프장 업체의 법인카드를 받아 자기 용돈으로 1억원을 쓴 사실이 밝혀졌다. 김 검사는 1994년 청주지검 근무 때 알게 된 제주 제피로스 골프장 대주주 정홍희씨에게서 2005년 카드를 받아 쓰다가 정씨가 탈세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된 지난 5월 되돌려 줬다는 것이다.
골프장 주인 정씨는 지난 정부 시절 건설업체를 4개로 불리고 골프장 3개와 언론사를 인수할 정도로 덩치를 키웠고, 7월 구속되기까지 국세청과 검찰로부터 3차례나 조사를 받았다. 노건평씨에게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를 도와 달라고 부탁한 후 세종증권에서 성공 사례금 30억원을 받은 정화삼씨가 정씨 소유의 제피로스 골프장 사장이었다.
3년 동안 1억원을 썼다면 한 달에 277만원꼴이다. 업자가 검사 인격에 감복해서 이런 돈을 줬을 리 없다. 업자들은 검사의 스폰서 노릇을 할 때 자기들끼리 '작업 건다'는 말을 쓴다. 나중에 다 써먹을 데가 있어서 낚싯바늘에 돈과 향응이란 미끼를 꿰어 두는 것이다. 김 검사는 이 구린내 나는 미끼를 수백 차례 따 먹었다.처음은 업자가 검사에게 뇌물을 바치는 사이로 시작됐지만 나중에는 검사가 업자의 용돈을 받아먹는 사이로 상하(上下)관계가 뒤집혔을 것이다. 아마 업자는 반말을 쓰고 검사는 '형님' 어쩌고 하며 응석을 부렸을지 모른다. 그런데도 검찰은 김 검사가 '경제적 혜택'을 받기는 했지만 '직무 관련성'이 없다면서 형사처벌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대법원은 지난 24일 1억원 이상 뇌물을 받은 공직자는 7~10년의 징역형을 선고한다는 양형(量刑)기준안을 만들었다. 만일 이런 짓을 다른 공무원이 저질렀다면 검찰이 계좌추적과 압수수색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혐의를 입증해 기소해 교도소에 보내고 말았을 것이다.
스폰서를 끼고 아무렇지도 않게 고급 술집에 드나들거나 업자들과 태연히 골프장을 도는 검사들이 적지 않다. 남의 눈길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삼성 떡값 사건에선 고위 검사가 삼성 사무실까지 찾아가 돈을 받았다는 증언도 있었다. 검사라면 모임에서 사람을 사귀는 데도 상대가 무슨 뜻이 있어 접근해 오는 게 아닌지 경계해야 한다. 일본에선 고위 검사가 건설업자와 골프만 쳐도 잡지에 사진으로 올라 비난을 받고, 그걸로 검사 생명은 끝이 나고 만다. 검찰이 김 검사를 지금 징계로만 끝내겠다는 것이, 그런 검사가 너무 흔하고 흔해서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은 아니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