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27일 사설 <일본에서 북한입장 '대변'한 정세균 대표>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26일 일본 와세다대 초청 강연 내용은 남북관계 및 북·일관계와 관련해 북한 측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파하는 ‘확성기’에 가까운 인상이라는 것이 우리 시각이다. 정 대표는 ‘동북아와 한반도의 오늘과 내일’을 제목으로 강연하면서 북한군의 금강산 관광객 저격 살해사건이나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 따끔한 비판도 하지 않으면서 남북관계와 북·일관계 경색의 책임을 이명박 정부와 일본 정부로 전가하는 북측 논리를 대변하다시피 했다. 북한의 대남 억지 논리를 교묘히 재포장해 대여 공세를 펴오더니 일본의 수도에서도 북측 논리를 대신 전파한 것이다.

    정 대표는 “한국에서 보수적인 이명박 정권이 출범한 이후 남북관계가 과거로 역행하고 있다”고 말해 북한의 대남 강경책이 이 정부 책임이라면서 “민주정부 10년의 대북정책 성과를 부정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관광객 살해 사건 진상조사 요구에는 미동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정부가 6·15선언과 10·4선언을 무조건 이행하라고 해온 것과 겉표현만 다를 뿐 논리 뼈대는 빼닮았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서도 그런 식이었다. 북측에 대해서는 제대로 언급하지 않고 “일본 여론을 이해하지만 일본이 동북아의 주인공이 될 기회를 스스로 놓쳐버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양국관계 경색의 책임을 그렇게 일본 쪽으로 기울이고 국교정상화 시한을 2010년으로 못박으면서 “일본이 동아시아에서 위상을 강화하려면 북한과의 관계개선이 필요하다. 일본도 변해야 한다”고 북한을 거듭 거들었다.

    같은날 국내에서도 민주당 최재성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대북 전단 보내기를 주도해온 탈북자 출신 모임 ‘자유북한운동연합’을 ‘매국단체’라고 매도해 역시 북한 비위를 맞췄다.

    당 대표는 일본에서 북한 입장을 대신 전파하고, 대변인은 드러내놓고 북한 편을 들고 있는 민주당에 대해 외교·안보에 관한 한 초당적 협력 체제를 갖추라는 것은 허공을 향한 주문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