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차기 대선에 또 도전할까. 이 총재는 1935년 생으로 2012년 차기 대선에 도전한다면 78살이 된다. 고령임에도 이 총재는 대권 4수를 선택할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주인공은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한나라당 시절 이 총재를 도왔고 이 총재의 요청으로 정치에 입문한 인물이다.

    윤 전 장관은 5일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총재가 다음 대선에 또 나올까요"라는 질문을 받자 "저는 그렇게 봅니다"라고 답했다. 이유는 "행정구역 개편을 하면서 연방제를 하자는 얘기, 권력분점형 개헌을 하자는 (이 총재의) 얘기는 (차기 대선) 출마의 명분을 얻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특히 윤 전 장관은 "(이 총재와 주변에서) '이명박 대통령도 당(한나라당)이 박근혜 체제로 굳어지는 것을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한나라당으로 영입해 박근혜 대항 카드로 쓸 것이다'고 생각하겠지요. 잔머리 쓰는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까요"라고 주장했다.

    윤 전 장관은 박근혜 전 대표와도 인연이 있다. 2004년 총선에서 당 선대위 부본부장을 맡아 박 당시 대표를 도왔다. 그에게 "박 전 대표는 어떻게 보시나요"라고 묻자 "지금으로서는 (차기 대선에) 가장 좋은 위치에 서 있다고 봐야한다"고 답했다. 그는 "여론조사를 해보면 지역, 성별, 계층, 연령에 관계없이 15~18%의 고정 지지가 나온다"면서 "무서운 자산"이라고 평했다.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선 걱정이 많았다. 그는 "과거 경험이나 권력의 속성으로 볼 때 대통령들은 전임자들을 비판하면서 그 길을 그대로 따라간다"면서 "그런데 정말 (이 대통령이) 그렇게 갔네요"라고 말했다. 또 "대통령은 취임 후 1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나머지 4년이 결정된다"면서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이 안 됐지만 지난날을 돌아보면 남은 4년이 무척 힘들 것이라는 걱정이 든다"고 했다.

    윤 전 장관은 정치 지도자의 자질 관련 질문에 "CEO형 리더가 이상적이라는 말을 하는데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 CEO와 정치 지도자는 추구하는 가치가 본질적으로 다르다"면서 "그런데 국민은 'CEO 출신 정치 지도자'를 갈망했고 그게 시대의 흐름이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 신문은 "국민이 이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 질문에 대한 윤 전 장관의 답은 "최근 금융위기의 본질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20세기 후반 금융자본주의가 등장하면서 실물경제가 돈놀이 경제로 옮겨갔다"면서 "언론에도 책임이 있는데 걸핏하면 30대 펀드 매니저가 연간 얼마를 벌었고, 20대 사업가가 아이디어 하나로 대박을 터뜨렸다고 선정적으로 보도했다"고 지적한 뒤 "이 대통령의 747공약이 그 연장선에서 위력을 발휘했고 결국 우리는 신기루를 쫓아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당인 한나라당과 제1야당인 민주당에도 쓴소리를 쏟았다. 한나라당에 대해선 "인물과 정책이 없다. 여당 구실을 할 수 없다. 거기다 책임정치와 3권분립의 충돌이 있다"면서 "지금처럼 엉거주춤한 자세로는 다음 선거에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곧바로 민주당에 대해 묻자 "딱하다"고 했다. 그는 "국민은 '야당다운 야당이 돼라'고도 하고, '싸우지 말아라'고도 한다. 딜레마인데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민주노동당에는 "민주노총과 역할을 분담해야 하고 제도권 정당이면 합법적인 정당 활동에 치중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요즘 왜 이렇게 혼란스럽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진보의 가치를 확립하지 못하고 물러났고 그 뒤 우파는 우파의 가치를 정립하지 않은 상태에서 좌파의 잘못을 공격하면서 집권했다"면서 "그러니 747은 있어도 지향점은 없는 것이다. 진지한 고민 없이 여기까지 온 것이고 한나라당에 몸담았던 나도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